그 옛날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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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2016. 7. 14.

 

 성균관으로 떠나셨던 울 서방님,

한 달 전에 기별이 왔답니다.

한가위 (仲秋節)를 맞이하여 집으로 잠시 오실 수 있겠노라고...

그러니까 편지가 온 날짜로 헤아려본다면 오늘 오신다는 날이옵니다.

어찌나 좋은지요.

표시를 안 하려고 무지 애를 쓰지만 웃음이 입가에 그려집니다.

 

 며칠 전부터 집안을 치우느라 떠들썩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서방님마저 성균관으로 가셨으니...

그동안 사랑방은 텅 비어있었던 셈이어요.

방이야 월순이가 치웠다지만...

님께서 쓰셨던 책들이랑 물품은 제가 손수 닦았습니다.

그동안 서러워 많이 울었는데 서방님도 공부하시느라 애쓰셨겠지요.

 

 

 

 

 

 추석빔으로 옷 한 벌도 마련해두었습니다.

멋지게 두루마기까지 갖추었지요.

 '이 옷을 입으시면 얼마나 근사하실까?'

옷을 붙잡고는 눈물 한 방울 또 떨굽니다.

 '아고~~~ 흑흑~~~'

 '서방님은 어찌 참으셨을 꼬오!'

 

 "얘, 아가야~"

 "네, 어머니~"

급하게 부르시는 목소리십니다.

 "다했으면 부엌에 가서 음식들 좀 둘러보거라!"

 "좋아하는 약밥도 잘 되어 가는지 들여다보고 식혜며, 잡채......"

 "네, 어머님"

 

눈물을 훔치며 부엌으로 향합니다.

어스름 무렵이 되자 친구 분들이 먼저 사랑방에 모여드시네요.

茶와 다과를 준비합니다.

 '어서 오셨으면......'

 

 밖에서 갑자기 소란입니다.

아마도 당도하셨을까요?

가슴은 뛰는데 조심스러워 재빨리 나가질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월순아, 서방님 오셨는지 나가보고 오너라!"

 "네, 아씨 마님."

짧은 순간인데 정신이 혼미해지기까지 합니다.

 "아씨 마님, 서방님, 오셨습니다~~"

 "그래?"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며 웬 열이 오르는지요..

 

 

 마당으로 살며시 나가 먼발치에서 서방님을 바라봅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어찌하나요!

마음은 달려가서 안기지만 한 발자국도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서방님은 그저 저를 보셨는지 어쩌셨는지...

어머님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시군요.

얼핏 본 얼굴은 다소 피곤함이 엿보이지만 언제나 멋진 그 모습입니다.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사랑방으로 날랐습니다.

 '이따가 방에서 뵈올 것이니 꾸욱 참자구나!'

다짐을 하며 가슴 벅참을 달래 봅니다.

음식은 모조리 들어가고 좀 한산해졌다 할지요.

 '목소리나마 들어보면 좋으련만, 휴우~~~'

 

 

 웃음소리가 여전히 들립니다. 언제나 끝나시려나요,

술을 자꾸만 가져오라 하십니다.

벌써 한밤중이 되었습니다.

 "아씨 마님, 들어가서 좀 쉬시지요!"

 "벌써 몇 시간째 서 계시옵니까?"

 

 

 한참을 서성이다 방으로 돌아와 봅니다.

이부자리를 단정히 펴놓고 등잔불 아래서 책을 본다고 앉았으나 들어오질 않는군요?

..................................

......................................

 

'앗, 무슨 소리가?'

깜짝 놀라서 방문을 열어보니...

서방님이 비틀비틀하시며 돌쇠의 어깨에 걸치셔서 오고 계셨습니다.

측은해지는 마음입니다.

 '에구, 이를 어째...'

방으로 뫼셨으나 여기가  어딘지 알 수나 있으려나요.

하지만, 돌쇠가 모퉁이를 돌 자 마자 환한 미소에 일순간 바뀌셨습니다.

 

 "부인, 그동안 애 많이 썼지요? 고생이 많았겠구려!"

 "네?"

 "아이, 놀래라~~"

서방님은 술에 취한 척하셨지만...ㅎ...

 "이리 오시오."

 "한 번 안아 봅시다아~~~"

순간, 눈물이 마구 흘러내려 서방님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서방 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