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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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2016. 7. 14.

 옛날에 태어났으면 어떻게 되었을 지요,

출생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겠지요.

개인적으로 궁에 들어가서 사는 것은 답답하여 싫고요,

양반집의 딸로 태어났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조한 이후라 배경 설정을 하고요.

 

 여인이지만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한글을 배워서 이제 막 등장한 한글 소설을 읽어보고...

밤이 되어 한적할 즈음 그날에 있었던 일을 써보고 싶습니다.

공책이 없으면 韓紙를 잘라 엮어 정갈하게 쓰고 싶어요.

 

 붓글씨는 한자 한글을 다 써보고 싶군요.

한자의 뜻도 읽혀 아버지께서 보시는 책들을 편식하지 않고 읽고 싶습니다.

중국의 古書들도요, 아니 된다고 하실 이유가 없으시겠죠?

 

 

 

 

 

 물론 시간을 내어 그림도 그려보고 싶습니다.

요즘처럼 비 오는 날에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안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蘭을 쳐보고 꽃도 멋지게 그려보고 싶습니다.

제일 그려보고 싶은 것은 아마도 老松일 것 같아요.

아주 품격이 돋보이는 멋진 소나무요.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니오나 꾸준히 해볼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바느질을 배워야 한다고 성화시니 어찌하면 좋답니까?

꼼꼼한 편이라 배우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집가서 식구들의 옷을 제가 만들어야 할지요?

형편이 안 되면 도와줄 몸종도 없을 것이니 어쩌겠어요,

불안하니까 배워둡니다...^^

 

 어느 날 장옷을 두르고는 시장에 무엇을 사러 갑니다.

아래 심부름하는 아이와 요.

한 참을 이것저것 구경을 하는데 문득 누구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집으로부터 얼마를 벗어나며 누가 따라오는 듯하였거든요.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주위를 살펴보라 했더니...

 

 "어머, 아씨!"

 "멋진 분이시네요?"

 "..................?"

 "한 번 보시어요...ㅎ..."

 

 장옷을 한 번 더 단정하게 마무리하는 척하며 살짝 엿보았습니다.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지셨어요.

가슴이... 두근두근... 쿵쿵...♬

분명 심장이 뛰는 것일 텐데 온몸이 흔들렸습니다.

진정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누가 옆으로 왔군요.

 

 "저, 우리 도령님께서 오늘 밤 댁의 뒤에 있는 정자에서 뵈었으면 하시는데요."

순간 좋으면서도 한 번쯤은 애를 태워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더 군요?

오늘은 집에 행사가 있으니 안 되겠다며 돌려보냈습니다.

 

 아휴, 그날 밤 잠을 못 잤습니다.

자꾸 먼발치에서 뜬금없이 하늘만 보고 계셨던 도령님의 모습이 생각나서요.

부끄러움을 타면서도 어느 날 찾아온 사랑은 熱精的(열정적)으로 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다음엔 어찌 되었을지 아시겠어요?

도령님과의 사랑편지를 매일 썼답니다.

심부름해주는 아이에게 부끄러웠지만 어쩌나요.

그림도 가끔 그려 넣으면서요,

이를테면, 당시에 연애결혼을 한 셈이었어요.

어르신들 모르게... 슬쩍.... 작전도 짰다지요?

친정어머니께서 궁합을 중하게 여기신다 하여 미리미리 봤습니다.

다행히 봐줄 만하다 했지만 그 정도 갖고는 불안하여...

더욱 좋다는 時로 아주 쪼금 바꾸어 사주단자를 가져오도록 했습니다.

무사히 통과했지요..ㅎㅎ...

아, 좋았어라! 무척 행복했답니다.

 

 지금요?

제가 손수 옷을 지어서 입혀드리죠.

울 서방님은 사랑방에서 공부하고 계십니다.

곧 성균관으로 떠나실 것입니다.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허'로 운지 자꾸만 저에게 없던 떼를 쓰십니다.

그 깊으신 마음 알 고 말고요,

가실 때 살펴드릴 베갯잇 繡(수) 한 땀 한 땀 놓고 있사옵니다.

갑자기 눈 앞에 안개가 껴서 바늘 끝이 희미해지는군요.

 '...................................'

 마냥 보고 싶을 것이어요.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