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발칙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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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

2019. 1. 21.


 연극 보기가 당첨되어 연말에 얼굴 못 봤던 그녀와 만나기로 했다.

최악의 먼지였으나 대학로에는 마스크 하지 않은 사람도, 나들이 나온 사람도 많아 놀랐다.

예약이 없었으면 현관문을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렇겠다 생각하는데 빗나갔다.

 30분의 여유를 갖고 도착하여 좌석을 지정받은 후...

근처에 있다는 이승만의 개인사저인 이화장(梨花裝 )을 찾아 잠시 다녀왔다.





 무대가 응접실인 줄 알았다가 최고급 호텔방이래서 요즘 연애상을 표현한 극인가? 상상하고

로맨스란 말에 커튼 뒤에는 당연히 근사하게 꾸며진 침대가 있겠지! 짐작하다...

구경 온 사람들이 대부분 청소년과 젊은이어서 이상하네? 했었다...ㅎㅎ...


 주인공 봉필은 미국에 가서 데니얼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감독이 되어 한국에 잠시 다니러 왔다.

유명세에 파파라치들이 따라올까 호텔 안에서만 배우들을 뽑기 위해 실기시험(오디션)을 보고,

바쁜 틈을 타 중학교 동창이며 첫사랑이던 수지를 호텔로 찾아오라는 약속을 해놓았었다.

헐리웃으로 떠날 때 서로 사랑했으나 15년 동안 못 본 사이란다.

 '사랑으로 극복할 테니 아무 것 없어도 함께 떠나자!'(수지)

 '성공하여 기반이 마련되면 연락하겠다.'(봉필이)


 마침 호텔에서 일을 보는 사람은 봉필의 연극 후배이며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으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연기로 그의 눈에 뜨여 배우가 돼 볼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이 그리웠던 첫사랑의 여인 수지가 도착했고...

처음에 어색했던 분위기는 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점점 따뜻해지는데

결정적인(?) 순간이면 꼭 벨 보이인 배우지망생이나 봉필을 만나려는 사람이 나타나 분위기를 깨고 만다.

그들은 둘의 만남에는 관심이 없고 봉필의 눈에 들어 연기자의 길로 나가고만 싶어서,

한번이라도 방에 더 들어오길 희망하던 차라 이를테면 환장할 노릇이었다.


 수지가 현재 무슨 일을 하며 지내나, 결혼은 했는지...

이따금 살며시 알아봤다는 봉필이는 수지의 삶을 대충 알고 있었던 반면에,

예쁜 옷을 입고 자태가 고아(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결혼했으리란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이혼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있는 엄마였으며 헐리웃에서 잘 나간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자신을 찾아준 봉필이가 반가워 아무 것도 모른 체 그 먼 목포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헐리웃으로 같이 가자며 봉필의 청혼을 받게 되는데...



 헐리웃이 어떤 곳인가?

그곳에서 명성이 있는 감독이라면 예쁜 여배우들도 많이 만날 테고...

밤마다 화려한 파티에 소위 하룻밤을 불태우며 출연해보려는 여배우도 즐비할 텐데,

(그녀도 이런 점은 염두에 두는 것 같았음)

잠깐 동안의 이야기로 그의 진심을 파악하고 현명한 판단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

 '시간을 좀 달라!'할 줄 알았더니 그 자리서 거절하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유혹임이 틀림없는데 소박한 삶을 원했을까, 삶의 번거로움이 싫었을까!



 '발칙하다'란 (사람이나 언행) 몹시 버릇 없거나 아주 괘씸하다는 뜻이어서

연극이 끝난 후 왜 '발칙한 로맨스'라 했을까 생각해보았다.

주인공들에게서는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억지는 있을지언정 발칙함은 모르겠던데,

첫사랑인 수지와 봉필이가 만났을 때 순간순간 방해한 사람들을 일컬음인가?

아니면 제목이 주는 아리송함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 함이었을까!

암튼, 연극 덕분에 먼지가 심한 날 밖으로 나가 주말을 즐기려는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

친구와 이른 저녁 맛있게 먹고 달콤한 간식에 茶 한 잔의  좋은 시간을 가졌다.






   2019년   1월  21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