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장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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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

2019. 9. 26.

 당연히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는 줄 알았다.

약속 날짜가 다가와 카톡을 살피니 서촌이었네?

경복궁을 중심으로 사직단 공원 쪽은 몇 번 갔지만 서촌 마을 구경은 처음이라...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가다 보니 며칠 전 블로그에서 소식을 접한 이상(李箱)이 살던 집터가 보여 반가웠고...ㅎㅎ..

윤동주가 하숙했던 집(이런 것도 화제가 되다니 참참...^^)과

이러저러 맛집에 오래된 한옥집들, 예쁜 가게를 지나 '서촌공간 서로'에 도착하였다.




 1층은 손님이 대기하는 곳으로 카페에 온 듯하였다.

학교 다니며 동아리 연극반을 열심히 드나들었고 그 후 연극비평으로 등단을 한 후

연극에 더 가까이 가고 싶어 희곡을 쓰며 자신은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연출가의 의도에 갈등을 하다

극단을 만들어 본인이 쓴 희곡으로 배우를 선정하고 연출도 맡아 무대에 올린다는 작가를 만났다.

'작고 소소함의 특별함'이란 단막극장에서 였다.




 무대공간은 간결하고 세련미가 넘쳤다.

격의(隔意) 없이 사방에 둘러앉아 보면 되었는데 어디가 무대 중심일까 하다 자리 잡았다.

배우가 바로 앞에서 왔다 갔다 할 것이었다.

해골은 그러니까 죽은 자인가?


 제목은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햄릿과 그의 연인이었던 오필리어, 그리고 분장사 역할의 딱 3명이 등장하였는데,

살아있는 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두리번거리며 10분 정도 기다렸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막도 없었다.

일명 블랙박스로 까만 공간에 붉은색으로 강렬했던 해골이 자꾸 눈에 띄었다.


 불이 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배우가 어떻게 등장할까 별 걱정을 다하던 중...

배우는 그러니까 우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미리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서리에 걸려있는 여인의 옷은 햄릿의 어머니였는데

옷 한 벌로 배우 한 명 분을 거뜬히 해내서 그런 생각의 발상이 기특하였고,




 집 떠나며 혹시 햄릿을 잠깐 읽어본 것이 이해력을 높여줘 잘한 일이었다.

왕인 아버지의 죽음, 작은아버지와 어머니의 재혼, 연인 오필리어, 오해로 인한 그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복수!

그냥 이대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적은 등장인물에 열려있는 무대라 식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 사람의 등장인물 중 오필리어가 가장 마음에 닿았다.

사이사이에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현실들이 접목되었는데

이를테면 공연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였고,

태어나며 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신의 삶이 우리가 보면 편안해 보일지라도

정해진 대로가 아닌 하고 싶은 일을 꿈꾸는 여인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에...

나는 최소한 그런 혜택을 누리는 시대에 태어났으니 이어지는 즐거운 삶들을 그려보았다.

 '맥 없이 이끌려 가는 삶이 아닌 삶의 주인공이 돼보자!'






  2019년  9월  26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