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채널을 발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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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

2020. 5. 6.

 

 채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계속 누르니 500번이 넘어갔는데 이곳은 vip 요금을 낸 사람들이 볼 수 있다 했다.

물론 그 요금을 냈다는 소리는 못 들었으나 영화가 나왔다.

채널마다 틀면 영화가 시작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보겠다는 의사와 돈을 내야만 영화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나오면 보라는 뜻인가.

행운이라고 여겨야 하나!


 몇 세까지 관람할 수 있나 영화마다 첫머리에 나왔으며

아이들의 기막힌 상상의 나라를 그린 만화영화나 19금도 있었다.

호기심에 19금 영화도 들여다보았다.





 만화를 보고 있자니 진득함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았고...

(채널을 발견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보고 싶었다...ㅎㅎ...)

19금 영화는 거친 언어와 노골적인 대사와 몸짓 그리고 흉측한 장면들이 나와 맛만 봤다.

(이런 영화를 본 날에는 꼭 꿈에 나타나는 편이라 자제한다.)

그리고 장면이 어두워 마음에 썩 들진 않았지만 잔잔한 바다가 보이며 도입 부분에 끌려,

 '파도가 지나간 자리(The Light Between Oceans)'에 고정하게 되었다.


 한때 등대지기로 조용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던 터라

회색빛 바다는 피하고 싶었지만 등대지기로 떠난다는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1차 대전 때 전쟁 영웅이었던 톰은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혼자 지내고 싶어 지원한다.

임시직으로 6개월간 복무하게 되었으나 병이 난 전임이 못 오게 되는 바람에 정식 직원이 되었다.

전쟁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서 누구하고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이사벨이 나타났고,

결혼을 통해서만 섬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가 주워져 그녀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등대지기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기록해야만 한다.

부부는 아름답게 둘만의 생활을 이어가며 보급품이 있을 시에만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두 번이나 힘들게 유산을 경험한 어느 날 쪽배 한 척이 넘실넘실 다가오고 있었다.

배에는 아빠로 보이는 이미 숨을 거둔 남자와 몇 개월 된 여자아이가 있었으며,

일지를 쓰고 보고를 해야 하지만 아내인 이사벨이 아이를 키우자고 한다.

아빠는 이미 죽었고 아이에게 좋은 일 아니냐면서...


 먼저 신고를 하고 입양하여 키우자는 권유에 누가 학교도 없는 섬에 보내겠냐고

아내가 애원하니 그날의 일지는 비운 채 고민이 깊어져간다.

시간이 흘러 꼬마가 세례 받는 날이 되어 뭍으로 나갔는데...

교회 근처 무덤가에서 슬피 울고 있는 여인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녀가 떠나자 묘지에 다가갔더니,

남편과 딸아이를 몇 년 전 실종당했다며 가묘를 쓴 곳이었다.


 실종된 날짜와 일지를 쓰지 않은 날짜가 겹치며 직감이 왔다.

그날부터 더욱 양심의 가책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예쁘게 커가는 아이 옆에서

착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부부를 지켜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비밀이 어디 있겠나, 아이 엄마 입장을 생각하여 잘 있다는 소식을 아내 몰래 전하게 되고,

아기에게 들려주던 방울을 빌미로 급기야는 아이 아빠를 고의로 죽인 것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겹치자

아내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 덮어쓰고는 형량이 늘어날 것임에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데... ^^


 홍상수 감독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여 '밤에 해변에서 혼자'도 보게 되었다.

불륜인가를 떠나 나이 불문 남녀가 서로 사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감독하는 영화라 더욱 자연스럽게..

현재의 개인적인 상황을 변호 하는 느낌이 들어 실망감이 일기도 했다.


 그나저나 채널 발견한 것이 기뻐서 400~ 500 번 넘어가니 영화가 굉장히 많더라며,

 "돈 내라는 말도 없이 영화가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돌려가며 봤다고...

 "채널 돌릴 때마다 영화가 시작되어 이상했다고...ㅎㅎ

 "잠시 쉬다가 다시 틀면 텔레비전인데 영화가 이어져서 신기했었다."고 말하니...

 "그 채널 시청료 많이 나올까 봐 알고서도 안 보고 있는데......?" 하는 게 아닌가!

 "헐!!!"


 전파를 타고 오는 것이라 누가 보는 줄 알겠냐 생각했지만...

맛 보여 주기였을까, 낚싯줄에 걸린 것일까, 가슴이 철렁하였다.






  2020년  5월  6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