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족두리봉!

댓글 16

늘상에서떠남

2021. 4. 21.

 

 올라가는 초입을 찾을 수 있을까?

날이 좋아 가보고 싶은데 바위 타기가 무섭기도 하고

혼자서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을 가렸다.

 '저 봉우리가 족두리봉인가 봐!

 

 

 

 작년에 선배와 왔다가 비가 너무 와서 오르지 못했는데

길은 기억에 없고 바위가 무서웠던 생각만 지났다.

일단 불광역에서 내려 북한산 둘레길 8코스인 

 '구름정원길'에 들어섰다. 

역에서 이곳까지 30분쯤 걸렸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이 걷는 것 같아 어떤 아저씨께

여쭈어 족두리봉으로 오르는 이정표를 만났다.

그런데 족두리봉까지 0.8km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중간에 내려왔어도 많이 걸었던 것 같은데...?'

 

 

 

 비슷한 나이의 여인이 벌써 내려오길래

올라갈만하셨냐고 묻자 혼자서 왔고 초행길이며

바위 오르기가 만만치 않아 그냥 내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기어코 정상에 가기보다는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곳까지 갔다가 오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윗길이었지만

이따금 이런 곳이 나와 쉬어가기 좋았는데

앞에 가는 여인이 혼자이며 여유 있게 걸어가고,

 

 

 

바위로 직진하기보다는 우회하기도 해서

고수구나 싶어 따라가 보자 마음먹었다.

(오른쪽 빨간 점퍼 차림의 여인)

 

 

 

 멋진 바위가 나와 되돌아보니

올라온 불광동 방향이 내려다보였다.

앞에서 천천히 가니 나도 여유가 있으며,

누구와 같이 온 것처럼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하자 가운데 움푹 들어간 바위

틈으로 내려가 쉬는 시간을 갖는 듯했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명당자리였다.^^

역시나 이 동네에 살아 자주 온다며 햇빛을 쬘 겸

오래 앉아다가 갈 거라고 전화를 이곳저곳 하는데...

 

 

 

 언제 끝날지 몰라 마냥 기다리기가 뭐 해서

한 모금 마시고 걸터앉았던 곳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꼬마들도 보여서 기운을 내자 했다.

 

 

 

 너럭바위가 나오자 참으로 평화스러운 모습을 대했다.

돗자리 깔고 여럿이 누워있는 이들이 많았다.

부러운 마음이 일었지만  쉬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무리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했던 구간이 지나고...

 

 

 

 흙길이 잠깐 나오면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되었다.

오면서 내리막길은 한 군데도 없었을 것이다.

나름 침착하게 걸었는데...

 

 

 

 여기서 어찌해야 하나 열심히 읽어보았다.

아마 사고가 많이 났었나 보다. 빨간 화살표가

정규 탐방로이니 파란색의 비정규 탐방로는 가지 말며  

사진을 찍을 때도 추락에 주의하고 릿지 구간에서는 

꼭 장비를 착용하라는 이야기였다.

 

 

 

 돌아가면 쉬운 길이 있을까 물었더니 있다고 

해서 난간을 잡고 가봤는데 급경사 바위가 나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조금씩 움직였더니...

바위에 화살표가 흐릿하게 보였다. 누군가가 빨간

화살표로 그려놓은 것을 보기가 그러하니 다시 덧칠해서

보일 듯 말 듯 했어도 무척 도움이 되었다.

소나무 있는 곳이 정상이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다시 10분쯤 걸었을 때 정상 바위가 나왔다.

 

 

 

 바로 이곳이다!

햐~~~ 조심조심 움직여 올라온 것이다...^^

불광역에서부터 1시간 45분쯤 걸렸다.

높이가 370m라는데 난이도와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836m)와 비슷비슷?

아니 더 긴장이 되며 은근히 재미도 있고

떨리기도 하고 그랬다.

 

 

 

 이 사진은 참고하기 위해 가져왔다.

산을 오를 때는 족두리 모양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나

족두리처럼 보였다. 아마 측면에서 찍은 것 같은데 

대부분 저런 바위로 밑에서부터 만들어져 있으니

높이가 낮아도 조심해야 했던 것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저 바위는 '토어'라 불린단다.

토어는 높이가 15m를 넘는 경우는 드물며

정상부의 기반암 위에 잔유물 형태로 남는다나?

중앙의 맨 뒤에 있는 산이 남산이다.

타워가 보여 알았지 뭔가!

 

 

 

 정상에는 또 이런 지형도 있었는데

바위가 빗물이나 바람에 침식된 모양으로 '나마'라 하였다.

백운대처럼 넓은 정상은 아니었어도 바람 없어 안전했다.

배 고프지 않아 물 좀 마시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화살표를 보고 올라왔듯 내려갈 때도 그랬다.

비둘기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다가오기도 했다.

스틱을 하나 가져갔는데 요긴하게 썼다.

아주 조심조심 내려왔다...ㅎㅎ

 

 

 

 내려오며 아름다웠던 곳이다.

올라올 때는 못 본 풍경으로 바위마다 사람들이 보였다.

이때가 오후 2시쯤이라 서두를 필요가 없어

귀퉁이 바위에서 일부러 좀 쉬었다 가자고 했다.

가방 내리고 신발 벗고 물 마시고 빵 하나 먹으며...

 

 

 

 바로 옆 싱그러움을 누려보았다.

밑에서 정상이라 예측했던 곳은 결국 아니었으며,

이제 걱정도 긴장도 없어졌다 할 수 있었다.

험한 정상을 다녀왔더니....

 

 

 

 올라갔던 길은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싶어 웃음이 흘러나왔다...ㅎㅎ

어려움이 지나면 간이 그만큼 붓는 것이리라!^^

바위틈 병꽃나무에게 예쁘다고 말 걸어주었다.

 

 

 

 집중력을 최대한 키우고 열정적으로 땀 흘리며

한발 한발 정성을 들인 산행이었기에 별일 없이 

족두리봉을 내려오며 기쁨이 온몸으로 가득하였다.

 '내 다시 오마!'

 

 

 

 

 2021년  4월  21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