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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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문

2021. 5. 31.

 "오늘 바쁘십니까?"

 "오라버니, 반갑습니다...ㅎㅎ"

 "별일 없으니 말씀하세요!"

 

 여유가 생겼을까나!

이른 아침에 부모님 뵈러 가자는 오라버니의

문자가 와 약속을 하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오빠와 12시쯤 갈 예정이니 일터에 가시지 마세요!"

 "그래? 가지 않고 기다리마!"

 

 일터에 가시면 오후 2시가 넘어 오시기 때문에 

소식드렸던 것인데 편안하게 계실 거라 생각했지만

도착했더니 그 사이 3시간이 비어 가꾸신

채소들 나누시려고 얼른 일터에 다녀오셨단다.

 

 버스로 왕복 2시간에 한 시간은 후닥닥

채소들 쓸어 담고 정신없이 오셨을

아버지의 모습이 지나갔다.

 "부지런도 하시지!"

 

 

 

 

 점심 드시고는 양파피클이 맛있다며 

어떻게 하는 거냐 물어보셔서 설거지 하며

파 4개를 까시라 숙제드리고...ㅎㅎ

병 소독에 물 펄펄 끓자 설명을 곁들여 담가드린 후

쌀 포대에 봉지 봉지 담아주신 선물을 들고

집에 와 열어보니 풋풋한 아욱과 쑥갓,

 상추와 얼갈이배추였다. 

 

 비가 와 흙탕물이 튄 배추부터 다듬는데

움직이는 생명체가 있어 화들짝 놀랐다.

주인공은 달팽이로 차마 쓰레기통에 넣을 수 없었다.

급하게 담으셨으니 달팽이가 안 보였을 것이다.

 

 다른 채소에도 들어가 있을지 몰라서

잠깐 달팽이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두리번거리다

없어지면 또 찾느라 애먹을까 싶어 

먼저 내려다 놓자고 배춧잎에 달팽이를

어 엘리베이터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건조한 집보다는 화단이 좋을 거야!'

 '친구들 있으면 다시 내려올게!'

하지만 쑥갓과 아욱에서는 달팽이를

발견하지 못하여 다시 내려가지 않았는데

다음날 어떻게 되었나 화단에서 배춧잎을 찾으니

모조리 먹고 줄기 부분 흔적만 남긴 채

달팽이는 찾을 수 없었다.

자동차를 처음 타 멀미로 잠시 쉬었다가

서울 구경 나섰을 테지!

 

 

 

 

 

  2021년 5월  31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