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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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2021. 9. 17.

 

 "커피 두 잔 준비하고...

가서 김밥으로 점심 먹자!"

 

 복잡한 상업지구라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여 

만나는 것이 꺼려지던 중 은행나무 옆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했더니 안될 것 없단다.

그런데 손에 든 것은 커피밖에 없어서 

산책부터 하고 점심시간이 좀 느슨해지면

김밥이라도 먹자는 줄 알았다.^^

 

 

 

 은행나무 옆에는 긴 의자가 하나 있었다.

앉으라더니 안주머니에서 김밥 두 줄을 꺼냈다.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아 몰랐던 것이다...ㅎㅎ

단순히 공원이 아니라 조심스러워

보이지 않게 놓고 오물오물했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지, 햇살 따스하지,

사람 걱정 없이 점심을 해결했으니

 

 

 

 그럴듯한 곳에서 먹는 점심보다...

흙길에 발 딛고 떨어진 은행 구경하며 좋았다.

학교 다닐 때는 짓궂어서 나쁜 O이라고

(여학생들을 비비탄으로 무지 괴롭힘... ^^)

훗날 만날 생각조차 못했는데 얼굴 보자며 자주 연락하고

배울점들에 유일하게 만나고 있는 시골 친구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나니까 

일터에 들어가야 하나 자꾸 물어보게 되는데

항상 여유로, 두 바퀴 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나는 덩치가 있어 김밥 한 줄로 안 될 것 같아...

친구는 내가 집까지 오는데 배 고플까 봐

간식이라도 먹자며 분식집에 들어갔더니 점심이 지나

텅 비어서 떡볶이 나누며 오늘의 선택에 만족하였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은 지 한 달쯤인가.

이야기 끝에 안 읽었다 해서 책꽂이

채우면 뭐하냐며 가는 김에 갖다 줬더니

누구 손길이 지나가 열심히 읽겠다나?

그럼 보람 있는 일이잖고!^^

 

 

 

 

  2021년  9월  17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