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이름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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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잠기는시간

2005. 7. 25.

그동안 10여 년을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와서

언제, 이 또 다른 이름이 있었는지도...^^

 

 

 

 

졸업 후 아무런 일이 없을 때

우연히 노인대학에 붙은 "붓글씨 모집"을 보게 되었지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께서 글씨와 표구까지 가르치신다고.

 

다음 날 아침 10시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갔습니다.

사실  "평산"을 잊고 있었네요.

커다란 붓과 화선지를 준비하고,

신문지에 연습도 없이 아주 열심이었죠.

칭찬을 받은 날은 집에 갈 생각도 안 하고 정신을 집중했던 기억이 나네요.

쓸 때는 모르지만 접을 때는 비로소

힘이 쫙~~ 빠지며 허기와 손이 떨리기도 했지요.

맘속으로는 교양이 생길 거라는 막연함으로

거만함도 함께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훈장님께서 부르셨어요.

이름을 부르기가 뭐하시다며 호(?)를 지어주시겠다고.

한자 이름을 달라 하시더군요.

글을 쓴지는 1년쯤 되었을 겁니다.

당황도, 부끄럼도, 기쁘기도 했지요.

일사천리! 낙관할 것 까지 거금 3만 원 주고...ㅎ...

 

지금 생각해 보니 연세가 있으셔서 서두르셨지 않았나 싶어요.

덕분에 표구까지 배우며 액자도 하나 만들고

작은 병풍 글씨도 써 놨지요.

예서체여서 이쁘고요, 맘에 들었어요.

 

왜, 평산인지는 당황되어 여쭙질 못했는데,

낮은 구릉지 산이니 두루두루 어울려 지내고,

껴안고 살라는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얼마 전 갤러리에서 도자기와 한국화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낙관할 일이 있으니 훈장님이 그리웠지요.

별 볼일 없는 저에게 이런 사랑을 주셨으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