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아서

이진숙 2011. 7. 3. 14:15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우유 따르는 하녀, 1658~1660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의 <우유 따르는 하녀>는 지금까지 그려진 가장 아름다운 그림 중의 하나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미술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만든 ‘내 마음의 그림 베스트 3’ 중 하나이다. 30여점의 작품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베르메르는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로 자기매김 되었다. 17세기는 위대한 회화의 시대였다.

흔히 바로크 미술이라 명명되는 이 시기에 카라바지오, 루벤스, 푸생,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등 많은 천재작가들이 태어났다.

네덜란드 출신인 베르메르는 이 위대한 세기의 후반기를 장식한 화가이다.

절대왕정과 교회 등 막강한 후원자를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나 이태리 같은 지역과 달리, 네덜란드의 미술의 주 소비계층은 시민들이었다.

당시 한 여행자가 “벽에 재미난 그림 한 두 점을 걸어놓지 않은 나막신 가게가 없을 정도”라고 할 정도로

그림은 네덜란드에서는 일상화되어 있었으며, 시민들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가 크게 발전했다.

신교의 영향으로 물질적인 삶과 정신적인 삶의 융합을 꿈꾸었던 네덜란드 시민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질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언제나 같은 테이블, 같은 양탄자, 같은 여성, 그리고 언제나 동일하고 유일한 아름다움과 수수께끼

그리고 독특한 인상을 자아내는 색채가 등장한다.”라고 소설가 프루스트는 베르메르의 작품을 극찬했다.

그의 그림은 정교한 화면구성, 완벽한 디테일 묘사, 숨막힐 듯이 신비로운 빛의 흐름이 보는 순간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풍속화를 기초로 하지만 풍속화를 뛰어넘는다. 다른 풍속화가들이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여흥으로

교훈을 주고자 하지만 스토리를 배제한 그의 그림은 회화의 본질적인 ‘위대함, 영원불변함’에 도달한다.

 

아침의 맑은 햇살은 실내에 장중하게 차오른다. 이 그림은 빛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창에서 들어온 빛은 우유를 따르고 있는 하녀를 스치고 흰 벽을 더듬는다. 벽은 빈 것이 아니라 빛으로 채워져 있으며 시선이 머물 수 있도록

작은 못이나 못 자국들을 그려놓았다. 벽에 있는 흠집은 사람들이 살았던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하녀의 자세는 조각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당당하며 여신에 비견될만한 우아함과 위엄이 있다. 우유를 따르는 단순한 행위는 묵언의 수행처럼 진지하고 경건하기만 하다. 일상은 그렇듯 소중하고 위대하다.

창문 옆에 걸려있는 바구니와 잘 닦은 금속 그릇, 우유가 담겨있는 투박한 도자기,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소박한 빵 등은 고유한 질감이 손에 만져질 정도로

완벽하게 묘사되어 있다. 모든 평범한 것들이 위대함의 이름으로 축성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 그림의 고전적인 완벽성은 색감에서도 느낄 수 있다.

노란색과 푸른색, 그리고 중간을 매개하는 녹색 계열의 색들이 주로 사용되었다. 특히 이 그림에서 사용된 선명한 파란색인 울트라 마린 블루는

준보석인 청금색에서만 구해지는 값비싼 안료였다. 색채의 계급학은 하층민을 그리는 데 이런 귀한 재료를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베르메르는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는 경건함을 예찬하기 위해서 눈부신 울트라 마린을 사용했고 그림은 고전적 품위와 기품이 넘친다.

 

악명 높은 베르메르의 위작자인 반 메헤렌의 작품이 가짜로 판명된 것도 이 푸른색 때문이었다. 반 메헤렌은 히틀러의 최측근이었던 괴링에게

국보급 네덜란드 회화를 판매한 혐의로 2차대전 이후 재판에 회부된다. 이때 반 메헤렌은 자신이 판매한 그림이 진짜 베르메르가 아니라 자신이 그린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나치 협력 혐의를 부정한다. 그때까지 그가 그린 6점의 가짜 베르메르 그림을 진품으로 믿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 반 메헤렌이 사용한 푸른색에는 베르메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코발트 블루가 발견됨으로써 결국 위작임이 증명되었다.

괴링에게 판매 대금으로 받은 어마어마한 돈도 위조지폐로 판명이 되어 거짓말쟁이들의 어리석은 거래였음이 드러난 웃지못할 사건이었다.

 

나치와 위조지폐, 베르메르 그림에 대한 전세계 미술관의 탐욕 등 이 모든 세속적인 사건들과 상관없이

그림 속의 여인은 오늘도 변함없이 신선한 우유를 따른다. 매일 매일의 삶의 소중함을 신실하게 되새기듯.

"내 마음의 그림 베스트 3"중 나머지 2개는 뭐죠? <러시아 미술사>에 언급된 그림 중 하나도 속하려나요?
제 경우에는 그 책 덕분에 레핀의 그림 몇개를 베스트 목록에 넣게 되었습니다만.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베르메르 역을 맡은 배우가 푸른색 결정체를 싼 보자기를 조심스럽게 풀어서 곱게 뭉개는 장면이 나오던데, 아마도 그게 '울트라 마린 불루'의 원료였나 보군요.
네, 영화속에서도 보물처럼 다뤄지죠. 그래서 베르메르가 그녀에게 청색 안료 작업을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친밀하게 여긴다는 의미겠죠. 나머지 2개 중 하나는 12월경 글을 씁니다.^^*
어라? 거의 기대하지 않았는데....답글 다는 법도 아시네? ㅎㅎ

12월경이라면 한참 남았는데 ...어디 정기적으로 기고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12월경부터 어떤 잡지의 새로운 필진으로 가담하시는 건가요?

여하튼, 한번 짐작해볼까요?

책에서 스땅달 신드롬을 이야기하셨으니, 아마도 러시아 작품 중의 하나는 포함될 것 같은데...
서사적인 면을 좋아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니 아무래도 레핀이나 수리코프 둘 중 한명일 것 같은데...
구태여 작품까지 선택하자면 <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과 <대귀족 부인 모리조바>을 택하겠습니다.
(저자의 연령(학번)까지 고려한다면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도 꽤 유력(?)하지만, 아무래도 큰 작품에 감동받기 쉬우니 이건 제외시켰네요.)

책을 쓰기 전까지 유럽 미술관이나 성당 여행 경험이 없었던 듯 하니 아무래도 중세 작품은 아닐 듯 싶고,
서사성 없는 인상파쪽도 아닐 것 같고,
스땅달 신드롬 이후 본격적인 미학 연구와 더불어
화보집이나 국내 전시회 혹은 본격적인 해외 미술 기행중에서 봤음직한 작품 중에서 고르자면
르네 마그리뜨 내지는 피터 브뤼겔, 혹은 카라바조?

독문학을 전공하신 점을 고려하면, 퇴폐미술류쪽도 가능성이 있겠는데,
막스 에른스트나 오토 딕스, 아... 케테 콜비츠도 가능하겠구나.

컨템퍼러리 아트쪽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고,
그나마 가장 근접한(?) 화가로 에드워드 호퍼정도까지 짐작해봅니다.

어때요?
한 사람 정도는 맞추지 않았나요?


아~ 죄송합니다. 다 아닙니다..........
아... 글쿤요. 역시 제 레벨로는......ㅠㅠ
저는 올해 열두살이고 글을쓰는 꼬마입니다^^ 올해는 책이 나올 듯 한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