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빅뱅

이진숙 2012. 11. 20. 14:17

이동기·홍경택·정수진 등 30~40代 5인…한국 회화의 힘을 보여주마
학고재갤러리 `회화의 예술`展
기사입력 2012.11.18 17:05:42 | 최종수정 2012.11.18 20:34:3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이동기 정수진 홍경택 남경민 서상익(왼쪽부터).
요즘 국내 물감 상인들은 울상이다.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미대생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대 미대 입시에서도 실기를 없애고 작가의 `개념`을 중시하면서 회화 소외 현상은 더욱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전 세계 각종 비엔날레 역시 사진이나 미디어아트, 설치 등 새로운 매체의 각축장이 될 뿐, 회화는 한켠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적인 회화 장르를 고집하는 30~40대 미술가들이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회화의 예술` 5인전은 누군가 던질 법한 `당신은 대체 왜 그림을 그리는가`에 대해 답을 건네는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이진숙 독립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이 너무 개념 위주로 지나가버려 결과적으로 소통이 안 되는 미술이 됐다"며 "디지털 혁명의 시대 여전히 자기 세계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에게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선정한 다섯 명의 작가는 `연필` 홍경택(44)과 `아토마우스` 이동기(45), 정수진ㆍ남경민(43), 서상익(35)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현란한 색채의 연필과 볼펜이 어우러진 유화 한 점이 시선을 압도한다. 홍경택의 그림 `펜들(pens)`이다. 홍경택의 연필 그림은 2007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7억원 넘는 가격에 팔리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추정가는 7000만원이었다.

홍경택의 `Pens`(194x259㎝).
색채에 대한 독특한 배합과 쾌감이 도드라진 그의 회화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젊고 생생한 것이어서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더욱 깊은 회화의 손맛을 보여준다. 뉴욕 서점 내부를 깊이감 있게 사실적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회화의 원천을 묻는다. 또 보다 근원적인 선과 악의 문제를 신작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팝아트의 대부`로 알려진 이동기는 대중문화에 투영된 현대인의 모습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는 "회화에 대한 사명감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새로운 매체가 계속 등장하지만, 사람들에게는 평면에 그려진 무엇인가를 보고 싶어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문을 열고 나오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신작이나 새롭게 선보인 추상 `코카인`은 그가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정수진 작가의 작품에는 각종 이미지가 범람하는데 그가 오랫동안 탐구한 새로운 시각이론에 바탕한 것이다. 그는 "인간이 감각을 기억하는 한, 손끝에서 표현되는 회화는 최첨단"이라고 강조한다.

5명의 작가 가운데 서상익 씨는 유일한 30대다. 그는 회화사를 장식하는 거장들의 얼굴과 작품을 한 화면에 배치한 초상화 작업을 선보인다.

이진숙 큐레이터는 "루벤스와 렘브란트, 베르메르가 살던 17세기는 회화가 다른 예술을 압도하던 회화의 전성기였다"며 "이른바 `호모 픽토르(그림 그리는 인류)`의 존재 이유를 이번 전시를 통해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 타이틀인 `회화의 예술`은 베르메르의 작품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총 5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열린다. (02)720-1524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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