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빅뱅

이진숙 2012. 11. 22. 21:41

기사 게재 일자 : 2012년 11월 22일

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변신’
■ ‘회화의 예술’ 기획전 등 주목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두 손을 중심으로 해골, 칼, 새 등을 주목한 홍경택의 ‘모놀로그’.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무엇, 작가들이 추구하는 예술의 지향점이다. 또한 작품에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세월의 변화를 담아내기 위한 작가의 화두이다.

40년여 물방울을 그려온 김창열(83) 씨는 “물방울도 영롱하게 응축된 것부터 느슨한 것까지 형태가 제각각이고 바탕도 누런 마대, 모래, 나무와 천자문 한자로 줄곧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국내 추상화단의 원로 박서보(81) 씨도 “작품은 변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변해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둘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주력 작품과 새 작품을 10년 이상 동시에 진행해 자연스러울 만큼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발표한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밝혔다.

변화를 위한 실험과 시도는 신진작가들이 지속적으로 고심하고 모색하는 진행형의 작업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연말까지 열리는 ‘회화의 예술’ 전은 젊은 작가들의 도전과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기획전이다. 전통적인 회화, 정교한 손작업의 그리기에 충실한 30대 후반∼40대 중반의 화가를 주목한 이번 전시에는 남경민, 서상익, 이동기, 정수진, 홍경택 씨가 출품했다. ‘회화의 예술’ 기획자 이진숙 씨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잘 알려진 작가들의 변화와 혁신의 순간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12월 15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송명진 씨도 이전 작품과 확연히 달라진 신작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2000년대 중반 미술시장의 호황기에 국내외 경매, 전시, 아트페어를 통해 급부상한 스타작가들이다. 홍경택 씨의 경우 2007년 크리스티홍콩 경매에서 강렬한 원색의 연필그림이 7억8000만 원에 낙찰된 이후, 스타 얼굴, 영어 낱말이 등장하는 팝아트적 화풍으로 화제를 모았다.

홍 씨는 이번엔 뉴욕 대형서점의 내부에 명화, 인물, 옛그림 이미지 등을 재구성한 작품 및 두 손을 중심으로 나비, 칼, 해골을 정교하게 되살린 손 시리즈를 발표했다. 홍 씨는 자신의 예술 여정을 “세속에서도 성스러운 땅이나 초월적인 어떤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현대미술이 잠시 잃어버렸던 것들을 화면 속에 되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만화 주인공 아톰과 미키마우스가 접목된 아토마우스 시리즈로 미술시장에서도 인기도 높은 이동기 씨는 색면이 일렁이는 추상화를 내놨다. 아토마우스 이후 한 화면에 팝아트적 요소와 추상화가 공존하는 작품을 선보인 데 이어 본격 추상화 및 드라마와 만화가 결합된 신작을 선보였다.

한편 갤러리인의 ‘언던(Undone)’ 전시에 발표된 송명진 씨의 신작도 작가 특유의 녹색이 사라지고 바뀌었다. 인공구조물이 등장하는 독특한 녹색 풍경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는 3년 만의 서울 개인전을 통해 색과 이미지가 단순해진 그간의 변화를 드러낸다. 화면에는 길쭉한 원통 같은 입체도형이 구부러지고 꼬불꼬불 이어지거나, 액체가 흘러내리고 새어 나오는 듯한 형상이 담겨 있다. 베이지색, 회백색의 이미지는 연체동물, 내장을 연상케 한다. 전작이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라면 신작은 다양한 감촉 등 촉각까지 되살리며 눈으로 보는 시각 너머의 복합적 경험을 재생하고 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