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얼굴

이진숙 2014. 9. 27. 07:22

 

 

입력 : 2014.09.27 03:05 | 수정 : 2014.09.27 03:23

멕시코에서 버림받은 막시밀리안… 프랑스 제국주의 욕망의 희생양

1868년 1월 18일 멕시코 황제 막시밀리안(1832~1867, 재위 1864~1867)이 차가운 유해가 되어 고향 비엔나로 돌아왔다. 권좌에 대한 야망을 품고 멕시코로 떠난 지 채 4년도 못 되어서였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동생이다.

형인 프란츠 요제프는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 반면 둘째인 막시밀리안은 어린 시절부터 '2인자'의 서러운 위치를 절감하며 성장했다. 그는 늘 형보다 모든 점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야 했다. 막시밀리안은 해군에 근무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오스트리아 해군을 근대화하려고 노력했으며, 2년간 오스트리아령 롬바르디아-베네치아 지역의 총독을 맡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생의 정치적인 야심을 잘 알고 있었던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1859년 그를 총독직에서 해임하면서 유럽 내에서의 모든 정치적인 행위를 금지했다.

 

마네의‘1867년,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부분) / 이진숙 제공
평생 2인자였지만, 미술사에서만은 그가 형을 능가한다. 마네의 그림 '1867년,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좌절된 막시밀리안의 정치적 야망에 불을 붙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멕시코 왕당파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이다. 남미에서 앵글로-아메리칸의 확장에 맞서는 가톨릭 '라틴-아메리카 제국'의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가진 나폴레옹 3세에게는 막시밀리안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들은 막시밀리안을 나폴레옹 3세의 꼭두각시로 간주했지만, 젊은 막시밀리안은 대륙을 무정부와 가난의 손아귀에서 구해내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오스트리아에서의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그는 멕시코 황제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났다.

멕시코에는 이미 1861년 취임한 후아레스 대통령이 건재한 상황. 누구도 오스트리아 출신 왕을 원하지 않았다. 주변국인 미국은 프랑스의 세력 확장을 우려해 후아레스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그가 믿을 데는 오직 나폴레옹 3세의 약속과 프랑스 군대뿐이었다. 결국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막시밀리안은 후아레스의 지지자들을 처형했다. 이때 흘린 많은 피는 그를 멕시코 국민의 증오 대상으로 만들었다.

약속과 달리 나폴레옹 3세는 프러시아(후에 독일을 통일)와의 전쟁 대비를 위해 국내외 프랑스군을 동원해야 했다. 1867년 프랑스군이 멕시코를 떠나자 막시밀리안은 말 그대로 끈 떨어진 뒤웅박이 되었다. 나폴레옹 3세도 멕시코를 버리라고 말했지만, 오스트리아에서 모든 특권을 포기했던 막시밀리안에게 귀환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막시밀리안은 생포되어 사형을 언도받았다. 문필가 빅토르 위고 등 유럽의 지식인들이 그의 구명운동에 적극 참여했지만 후아레스는 멕시코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서 처형을 집행했다.

1867년 6월 19일 아침 막시밀리안은 충복 두 명과 함께 총살당했다. 처형 소식을 들은 마네는 처음에는 멕시코인들의 잔인함을 비난할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점차 이 문제의 진짜 책임자는 나폴레옹 3세의 무모한 확장정책이라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그래서 그림 초본의 멕시코 군대를 두 번째 버전에서는 프랑스 군대로 바꾸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결정적 한 방을 장전하고 있는 냉정한 프랑스 중사는 나폴레옹 3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마네는 이 작품의 전체 구도를 고야의 그림 '1808년 5월 3일'에서 빌려왔다.

막시밀리안은 진정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일원답게 존엄함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멕시코 만세, 독립 만세!"를 외쳤다. 총알이 발사되는 가운데도 그는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다. 화가는 막시밀리안이 쓰고 있는 모자를 마치 중세 성인의 후광처럼 보이도록 해 그가 나폴레옹 3세가 추진한 팽창주의의 희생자였음을 강조한다. 막시밀리안은 나폴레옹 3세뿐만이 아니라 19세기 말 모든 제국주의적 욕망의 희생자,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권력욕의 희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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