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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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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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20. 9. 15.

9월은 때늦은 폭염으로 시작되었다. 남가주 대부분의 도시가 최고기온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폭염의 끝에 시작된 산불로 하늘이 재와 연기로 덮여 며칠씩 제모습의 해를 볼 수 없다. 붉은 해와 붉으스름한 하늘이 마치 영화에 나오는 종말을 맞는 세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봄을 코로나로 시작해서, 거리두기로 여름을 보내고, 계절은 이제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기울어진 해는 긴 그림자를 만들고, 아내의 텃밭은 소출을 끝낸 채소들을 거두어 내어 휑하니 빈자리가 늘어가고 있다.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그루 있다. 몇 년 전에는 제법 감이 많이 달려 이웃에 사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금년에는 딱 6개가 달렸다. 그나마 여름을 지나며 다람쥐가 하나둘씩 따먹어 2개가 남았다. 잎사귀 사이에 숨어있어 다람쥐의 눈에 띠지 않았던 모양이다. 며칠 전 아침, 아내가 아기 주먹만 한 감을 하나 따 가지고 들어왔다. 남아있던 2개 중 큰 놈을 다람쥐가 먹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남은 한 개도 못 먹을 것 같아 따온 것이다. 작지만 달고 맛있었다. 봄에 시작해서 여름내 물 주고 거름 주며 가꾸었는데 달랑 한 개로 시즌을 마감하다니.

 

이렇게 시작한 9월,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목요일 저녁 거실에서 야구를 보고 있는데 오한이 느껴졌다. 체온을 재어보니 99.5 (화씨) 도다. 다음날 아침, 상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체온은 99.2도. 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카이저(건강보험)에 전화를 걸어 간호사와 통화를 했다. 100도가 넘지 않으면 고열이 아니라며 이것저것 묻더니 코로나는 아닌 것 같다고 의사와 전화상담을 하라고 한다. 저녁에 의사와 통화가 되었다. UTI (요로감염) 같다며 내일 병원에 가서 소변검사를 하라고 한다.

 

토요일 새벽, 눈을 뜨니 밤새 흘린 식은땀에 셔츠 목 주위와 베개 위에 올려놓은 타월이 젖어있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엄습한다. 다시 카이저에 전화를 해서 간호사와 통화를 했다. Urgent Care에 가라고 한다.

 

9시 문 여는 시간보다 일찍 갔는데, 벌써 차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 검사와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차들이다. 선별해서 Urgent Care 쪽 환자에게는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준다. 주차를 하고 전화를 해서 접수를 한다. 잠시 기다리면 의사에게서 전화가 온다. 전화상담 후, 의사가 허락을 해 주어야 병원으로 들어간다.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져 병원에 들어가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동안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았다. 검사를 위해 피를 뽑을 때 혈관을 못 찾아 양쪽 팔에 주사를 찔렀는데, 링거를 맞기 위해서도 두 곳에 바늘을 찔러야 했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병원에 모시고 가면 혈관을 못 찾아 몇 번씩 바늘을 찌르곤 했었다. 결국은 나도 아버지가 가셨던 길을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모두가 이 길을 가게 되는 것이리라.

 

의사는 요로감염이 맞다며 항생제를 처방해 주었다. 이틀이 지난 오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다.

 

 

(병원에 가며 본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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