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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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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0. 10. 12.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은 앤드루 포터의 데뷔작이며 그를 미국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가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 2011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나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절판되었다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중쇄를 찍게 된 일화로 유명하다.

 

나는 즐겨 듣는 EBS ‘윤고은의 북 카페’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마침 LA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던 ‘Squeeze Me’를 끝낸 터라 바로 집어 들었다. 이런 걸 두고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Squeeze Me는 어떻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나 싶게 수준 낮은 통속 소설이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으며 이런 것이 문학작품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작품이 1인칭 소설이며 대부분의 화자는 남성이다. 화자 또는 주인공 중의 하나가 된듯한 착각을 하며 읽게 된다. 그만큼 독자를 끄는 힘이 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른 길을 꿈꾸지만 결국 주어진 운명의 길을 간다. 진실에 다가가지만 진실을 파헤치진 못한다. 문 앞까지는 가지만 문을 두드리지는 못하거나, 문을 두드리기는 하지만 누군가 나오기 전에 도망쳐 나온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쉬운 길을 간다. 그의 작품에는 이런 우리들의 모습이 들어있다.

 

구멍 – 화자는 12년 전 죽은 친구를 회상한다. 친구네 집 마당에는 맨홀 구멍이 있어 뚜껑을 열고 쓰레기를 버리곤 했다. 더운 여름날, 친구가 잔디 깎은 것을 버리다가 구멍 안으로 바구니를 빠뜨린다. (잔디 깎는 기계에는 자른 풀을 모으는 바구니가 달려있다.) 바구니를 찾으러 구멍 안으로 들어 간 친구는 다시 나오지 못한다. 그를 구하러 들어갔던 구조대원까지 사망한다. 맨홀 아래 가득 찼던 일산화탄소 탓이다. 소설의 말미에 독자들은 혼돈을 일으키게 된다. 바구니를 떨어트린 것은 친구인가, 화자인가. 친구는 스스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혹시 화자가 밀어 넣은 것은 아닌가.

 

코요테 – 소년의 아버지는 타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사람이다. 초기에 찍은 한 편의 영화가 호평을 받았을 뿐, 두 번 다시 영화를 완성시키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촬영을 위해 몇 주, 몇 달씩 집을 비운다. 소년의 어머니는 변호사가 되어 아들을 키우며 산다. 두 사람은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동거인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지하실에 살며 영화 작업을 한다. 어머니에게 남자가 생긴다. 변호사 사무실의 파트너다. 소년의 시각으로 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그리고 아버지의 몰락을 그린 작품이다.

 

아술 – 아이가 없는 중년의 대학교수 부부가 교환학생을 집에 들인다. 남편이 불임이라 아이가 없다. 한때 입양을 생각했지만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마음에 걸려 그만두었다. 영문과 교수인 아내는 그 학생과 친하게 지낸다. 그는 게이며 남자 친구가 있다. 아내는 곧 나이 어린 신참 교수에게 자리를 빼앗길 판이다. 두 사람은 교환학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쓴다. 그의 청에 집에서 파티를 열겠을 허락 하는데, 나이 어린 대학생들의 파티는 술판으로 변해간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대학생인 화자가 가을 학기 마지막 날 받아 든 물리학 시험지에는 달랑 방정식이 하나 적혀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설명도 없다. 학생들은 하나둘씩 빈 답안지를 놓고 교실을 빠져나가고, 그녀만 끝까지 남아 그 방정식을 풀어낸다. 시험지를 받아 든 교수가 함께 차를 마시겠느냐고 묻고, 그들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교수는 그녀의 아버지 나이뻘이지만 그녀는 그에게 조금씩 빠져든다. 남자 친구와 달리 교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의 존재감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은 교수의 아파트에서 만나 함께 와인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물리학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둘은 함께 학교 근처의 술집에 간다. 그녀가 교수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남자 친구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는 교수의 손을 놓고, 교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나간다. 그날 밤 남자 친구가 그녀에게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겠다. 앞으로 그를 다시 만나지 마라. 

 

그 후 그녀는 교수와 멀어지고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한다. 의사가 된 남편의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몇 년 전 교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날 밤, 그녀는 혼자 오열한다.

 

이 소설은 불륜의 정의는 무엇이며 사랑은 육체적인 것인지 아니면 영혼의 교감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길지 않지만 다 읽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 같다. 

 

강가의 개 – 미국 소도시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공부에는 재능이 없고, 약간은 성숙하지 못한 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티장에서 술을 먹고 어떤 여학생에게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확인은 할 수 없다. 가족이라도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외출 – 화자가 아미쉬 농장의 아이들과 보냈던 여름을 이야기한다. 전기도 없고, 차도 없이, 마차를 타고 다니며 옛날 방식의 삶을 고집하는 아미쉬 마을의 청소년들이 주말이면 마을의 식당으로 외출을 한다. 그중 한 아미쉬 청년은 마을 아이들과 싸운다. 3-4명의 아이들과 혼자 맞서 싸우다가 결국은 매를 맞고 끝나지만 그는 매주 이 일을 반복한다. 화자는 아미쉬 여자 아이와 사귀게 되어 그녀의 탈출을 도울  생각을 하지만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한다. 아미쉬들은 하나둘씩 농장을 팔고 타주로 이주를 시작하고, 늘 싸우던 청년은 결국 매를 맞아 죽고, 화자는 대학에 진학한다. 

 

머킨 – 화자는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다른 인연을 만들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자다. 그의 이웃에는 ‘린’이라는 그 보다 10여 년 연상이며 아이가 있는 이혼녀가 있다. 그녀는 양성애자이며 함께 사는 여성이 있다. 

린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화자를 남자 친구라고 소개해 놓았다. 두 사람은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위로해 주는 사이다. 이성으로 사귈 듯 하지만 관계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

 

폭풍 – 화자에게는 누이와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들어 온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계부가 있다. 약혼자와 유럽 여행을 떠났던 누이가 혼자 돌아온다. 그와 싸우고 여권과 돈을 모두 들고 왔다고 한다.

 

어머니 집에 모여 폭풍을 맞는다. 폭풍은 며칠 동안 이 가정이 겪는 갈등을 상징하는 것 같다. 계부가 잘못된 투자로 많은 돈을 잃었다. 화자가 얼마를 잃었지 묻지만 그는 말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누이의 결혼 자금을 걱정한다.

 

누이가 약혼자를 버려두고 온 것이 아니고, 약혼자가 그녀를 떠났던 것으로 밝혀진다. 약혼자가 전화를 걸어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한다. 누이는 그가 완벽한 남편감은 아니지만 그와 결혼하게 될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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