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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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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20. 11. 1.

10월 중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3일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당일에는 8시간 금식을 하고 병원에 갔다. 병원 침대는 내 휠체어보다 높아 혼자서는 오를 수가 없다. 남자 간호사를 찾았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자리에 없어, 여자 간호사 5명의 품에 안겨(?) 침대에 올라갔다.

 

마취 의사가 들어오고, 마스크를 쓴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깨어보니 회복실이다. 잠시 후, 의사가 오더니 비정상 핏줄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6개월 후에 다시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간에 이상이 생긴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마도 지방간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걱정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는데, 대충 상황이 정리가 되었으니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후, 제약회사 연구실에서 일하는 셋째 브라이언에게서 긴 메일이 왔다. 지난 2-3년 동안 간경화에 대한 연구에 참여했다며, 간경변은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는 매우 심각한 병이라고 이런저런 설명과 질문을 보내왔다.

 

각종 간수치 검사 결과와 내시경 결과를 보면 아무 증상도 없던 내가 갑자기 간경변 판정을 받은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브라이언이 보내온 내용을 정리하여 의사에게 메일을 보냈다. 처음과 비슷한 답이 왔다.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수치로 보면 매우 초기단계로 생각되며 원하면 조직검사를 해서 확인을 해 보라고 한다. 결국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

 

딸아이는 손녀 하린이와 집에 자주 오겠다고 한다. 마치 내가 곧 죽게 된 것처럼 말한다. 몇 달, 몇 년 안에는 죽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아내가 식단을 바꾼 것이 느껴진다. 코로나 덕에 그동안에도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지냈는데 밥상에 생선과 야채가 더 자주 올라온다. 요즘은 우유로 요구르트까지 집에서 만들어 준다.

 

병원에 드나든 지 2달이 넘었다. 그동안 뜨겁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왔다. 며칠 전에는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집에 히터를 켰다. 아침에 급식소에 가기 위해 차에 타면 기온이 어떤 날은 48도, 다른 날은 50도가 나온다. 살짝 히터를 켜고 간다. 

 

야구는 1달 간의 플레이오프 끝에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끝이 났고, 오늘은 할로윈이며, 내일이면 서머타임이 끝이 난다. 아이들과 ‘트릭 오어 트릿’을 나갔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모두들 부모가 되었다. 다시금 인생은 너무 짧고, 사람 사는 일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동부에 사는 동갑내기 아저씨는 전화를 해서 우리 나이가 되면 누구나 한두 가지 질병은 갖고 사는 것이라며 겁먹지 말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 나이에 생기는 병은 세월의 흔적이다. 함께 가야지 별도리 없는 일 아닌가.

 

병든 간 덕에 병원에 자주 드나들게 되니 도리어 더 오래 살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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