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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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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0. 12. 6.

기욤 뮈소의 책 ‘아가씨와 밤’을 시립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빌려 보았다. 놀랍게도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영어판 뮈소의 책이다. 아마존에 찾아보아도 뮈소의 책은 대부분 프랑스어 판이나 스페인어 번역판 뿐이다. 영어로 번역된 책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한국에서 번역판 외국 책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읽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다. 이러니 미국 사람들은 식견이 좁아지고,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가는 모양이다.

 

영어로 번역된 책이라 그런지 문장이 한국어 판 ‘구해줘’와는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언어의 장벽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얼마 전 한국 작가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의 영어판 ‘The Disaster Tourist’를 읽었는데, 솔직히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소설의 번역이란 신문기사나 편지의 번역과는 다르다. 직역으로는 소설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 번역하고자 하는 언어로 새로 쓰듯이 써야 한다. 그래서 한국소설이 아직도 노벨 문학상을 타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 최민석은 뮈소의 초기 작품들은 주로 사랑이야기였으며 더러는 환상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추리소설 수준의 책을 쓴다고 했었다. ‘아가씨와 밤’의 주제가 사랑이긴 하지만 책의 구성이나 스토리 텔링은 완전히 범죄 추리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토마스’가 졸업 25주년 재상봉 행사를 찾아오며 시작된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짝사랑하던 여학생 ‘빙카’가 억지로 강요당해 임신을 한 사실을 알고, 그 남자를 찾아가 죽이게 된다. 그를 도와 시체를 처리했던 친구 ‘막심,’ 토마스를 짝사랑하던 ‘파니’ 등이 복수를 다짐하는 편지를 받으며 이들은 잊고 살았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토마스가 남자를 죽인 다음날, ‘빙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파니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토마스가 좋아하던 그녀에게 약을 먹여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토마스의 엄마인 ‘아나벨’이 그날 밤 빙카를 죽였다. 토마스에게는 청순한 여학생으로 보였던 빙카지만, 그녀는 토마스의 아버지인 ‘리차드’에게 접근하여 잠자리를 가진 후 그를 협박하여 돈을 뜯어냈다. 그러고도 모자라 아나벨을 협박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체는 아나벨의 정부인 ‘프란시스’가 공사 중인 학교 체육관의 콘크리트 벽에 넣어 버렸다. 그렇게 잊힌 줄 알았던 사건은 그들이 시체를 뭍을 때 도움을 주었던 인부가 누군가에게 비밀을 알려주며 복수극이 시작된다. 

 

범인은 프란시스와 아나벨을 차례로 죽이고 토마스까지 유인하지만, 그는 어머니가 죽으며 남긴 메시지를 받은 아버지 리차드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다. 

 

사실 빙카는 ‘알렉시 드빌’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 동성애자였다. 빙카의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던 알렉시의 강요로 리차드와 불륜을 저질러 임신을 했던 것이다.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리차드의 아들이 아니며 아버지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런 모든 과정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독자를 좌우 전후로 마구 흔들며 이어진다. 반전에 반전이 뒤따른다.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지만 다 읽고 나면 작가는 이 책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을 죽이게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버리게 하는 것이 사랑의 힘인가 하는 정도의 메시지가 있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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