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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인가, 혁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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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2021. 1. 12.

2021년 1월 6일 워싱턴의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동이 정치테러인지 시민혁명의 시작인지는 시간이 흐른 후 역사가 밝혀 줄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도시에서 발생했던 폭동이 방화와 약탈로 이어졌던 것에 반해 이번 사태는 의사당을 점거하며 나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단순 폭동은 아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기류로는 이번 사태는 돌발행동의 달인 트럼프가 부추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일회성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그를 지지하고 따르던 다수의 정치인들과 보좌진이 등을 돌리고 있고,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는 이번 기회에 아예 트럼프의 정치 생명을 끝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선거 결과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에서 시작된 일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뿌리가 깊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제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월남전을 치르며 엄청난 돈을 벌었다. 전쟁은 군수물자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군복과 군화를 만들어야 하니 의류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미군들에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식품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군용 트럭과 지프차를 만드는 자동차 제조업이 호황을 누렸다. 이런 기업에 물건을 조달하는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매출을 올렸다.

 

월남전이 끝난 후에도 그동안 소비한 탄약과 폭탄을 비축하고, 냉전시대 군비 경쟁이 계속되며 제조업은 계속 호경기를 이어 갔다.

 

80년대 말 시작된 해빙무드는 냉전시대의 종식을 가져왔고,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며 그동안 연방에 귀속되어 있던 국가들이 속속 독립했다. 더 이상 군비의 무한 경쟁에 대한 정당성이 사라진 것이다.

 

세계는 글로벌 경제시대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제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게는 도약의 기회지만, 이미 부를 이룬 나라에게는 독배와 같다. 자유경쟁 시장인 미국의 기업들은 생산단가를 낮추면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도면과 샘플을 외국으로 보내 수입물량을 늘려나갔다. 주문이 줄어들자, 공장들은 감원을 시작하고 일부는 아예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 버렸다. 생산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외국 의존도를 높여갔다. 콜센터의 대부분은 영어권인 인도와 필리핀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실리콘 밸리의 컴퓨터 일은 인도 출신 이민자들에게, 노동집약적인 일자리는 라틴계 이민자들에게 돌아가고, 명문대학에는 동양계 이민자 자녀들의 입학이 늘어갔다.

 

미국은 물가상승률이 낮아 보통 연 2-3퍼센트 정도다. 인건비는 오르는데, 옷값과 전자제품, 일용품의 가격은 도리어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런 변화를 소비자들은 당연히 두 손 들고 환영했다. 미국과 무역을 하는 모든 나라들이 대미 수출로 돈을 벌 때, 미국의 중소도시들은 일자리를 잃어 갔다. 자동차의 도시로 알려졌던 디트로이트와 철강도시 피츠버그 등은 도심의 일부가 폐허가 되었다.

 

블루칼라 백인 노동자 계급의 불만이 쌓여갔다. 이 모든 변화는 미국이 시작한 일이며, 일부 부유층은 엄청만 부를 얻었고, 그 부의 일부는 당연히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으로 주어졌다는 사실을 이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사람이 바로 트럼프다.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고 가난으로 내몬 것은 이민자와 미국에 물건을 파는 나라들이라는 그의 주장이 먹혀든 것이다.

 

가난이란 상대적인 일이다. 남과 비교할 때 가난을 느끼게 된다. 미국의 저소득층은 다른 저개발국의 중산층 이상의 풍요로운 삶을 산다. 끼니때마다 고기를 구워 먹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고, 스마트 폰을 쓴다.

 

60-70년대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면 10대의 아이들이 신문을 배달하고, 이웃집 잔디를 깎아 용돈을 벌며, 아버지가 물려준 중고차를 고쳐서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잔디를 깎는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잔디는 모두 라틴계 가드너들의 일이다.

 

이제 미국은 선택의 길에 놓여 있다. 과소비를 줄이고, 편한 삶을 버려야 한다. 다른 나라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싼 값에 농산물과 일용품을 사 오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문을 닫았던 공장을 열고,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제값을 주고 사서 써야 한다.

 

이건 한국도 주목해야 할 일이다. 한국 사회가 가는 방향을 보면 미국이 지나 온 길과 과히 다르지 않다.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소비는 점점 늘어 어느 때보다 잘 입고 잘 먹으면서도 사람들은 상대적인 빈곤을 느낀다. 일부 업종은 일손이 모자라는데도 청년 백수는 늘어간다.

 

미국은 지금 완전히 두 개로 쪼개져 있다. 우파라고 하는 공화당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를 의식해서 이제까지 그를 지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들과 등을 돌려서는 정치력을 지탱할 수 없다. 좌파라고(한국에서 말하는 좌파와는 다르다) 하는 민주당은 트럼프의 돌출 언행에 식상한 유권자들 덕에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이 되었다. 새 대통령이 취임을 하면 독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성향을 가진 인구 절반과 함께 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과 이들이 추앙해 온 민주주의가 몰락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 아니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이루어 갈 것인지, 마음 조이며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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