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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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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1. 20.

미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 작가 ‘David Heska Wanbli Weiden’의 베스트셀러 추리 소설 ‘Winter Counts’를 읽었다. ‘Winter Counts’는 인디언 부족이 역사적인 사건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달력을 말한다.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아 나선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후, 백인들이 몰려오며 인디언들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총을 가진 백인들에게 저항하다 아예 없어진 부족들도 있다. 백인들은 그들의 땅을 빼앗고, 황무지 일부를 그들에게 주며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칭했다. 

 

보호구역 안의 삶은 지루하고 단조로우며 젊은이들에게 이렇다 할 기회도 없다. 과거 인디언 보호구역의 주 수입원은 전통복장을 하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거나 기념품을 파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카지노가 대세다. 부족별로 카지노를 세워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보호구역 중 한 곳을 무대로 벌어지는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버질’은 의로운 해결사다. 보호구역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잘 해결되지 않는다. 연방정부는 큰 사건이 아니면 개입하려고 하지 않고, 구역 안의 원주민 경찰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절도나 폭행, 성범죄 등은 처벌 없이 넘어가고,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풀 길이 없다. 버질은 약간의 돈을 받고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보복행위를 대신해 주는 해결사다. 

 

어느 날 그는 보호구역 안에 헤로인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달라는 주민의회 의원의 부탁을 받게 된다. 그가 마약 밀매단을 찾는 중, 마약성 진통제가 조카 (죽은 누나의 아들) ‘네이슨’의 학교 사물함에서 발견된다. 네이슨은 마약 판매 혐의로 소년원에 구금된다.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카를 구하려는 그에게 연방 마약단속국에서 제안이 들어온다. 네이슨이 수사에 협조를 해서 마약범들을 체포하게 되면 풀어준다는 제안이다. 네이슨은 수사관들이 준 마이크를 몸에 지니고 마약 구매 장소에 나가게 된다.

 

마약범들이 네이슨을 차에 태워 떠나자, 이를 미행하던 수사관들은 그들을 놓치고 만다. 결국 해결사 버질이 조카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뜻밖의 인물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플롯만 놓고 보면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무대로 잡아 그들의 삶과 정서를 잘 녹여낸 것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소설가가 되려면 신춘문예나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미국에는 등단 무대가 따로 없다.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책이 되어 나오면 작가가 된다. 노련한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들어야 하니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작품도 작가의 첫 작품이다. 미국 문단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는 신예작가들의 첫 작품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 소설은 인디언에 대한 백인들의 부당한 행위를 꼬집기도 하고, 인디언들의 풍습과 전통을 소개하기도 한다. 인디언의 이름은 모두 뜻을 지니고 있다. 버질의 인디언 이름은 ‘상처 입은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이름도 같다. 내 누이의 이름은 남쪽 지방에서 낳았다고 해서 ‘남희’ (남쪽 여자), 동생의 이름은 ‘동호’ (동쪽 하늘), 내 이름은 ‘동운’ (동쪽 구름)이다.

 

미국인들은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자 미국에 살던 일본인들을 모두 수용소로 보냈다. 이사를 간다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던 유태인들은 가스실로 보내졌지만, 일본인들은 가방을 들고 급조된 집단 수용시설로 보내졌다. 이들은 그곳에서 작은 지역사회를 이루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았다.

 

그 후 미국 정부는 그들에게 나름 피해 보상을 해 주었다. 일본인들은 그때 일을 영화로도 만들고 책으로도 만들어 세상에 알리는 일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백인들의 부당한 행위와 인디언들의 억울함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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