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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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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1. 26.

책은 소설의 주인공 ‘노라’가 항우울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직장을 잃었고, 절친, 오빠 등과는 멀어졌으며, 키우던 고양이는 죽었다. 그녀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의욕을 상실한다. 그래서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닌 도서관에서 눈을 뜬다. 사방이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에는 학교도서관의 사서였던 ‘미시즈 엘름’이 있다. 그녀는 “삶에는 수백만 가지의 선택이 있다.”라고 말한다. 

 

일상의 사소한 선택에 따라 우리는 다른 길을 가게 되는데, 그 끝에는 평행으로 존재하는 다른 세상이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마다 노라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살았을 평행의 삶이 존재하며, 그녀는 엘름의 안내로 완벽한 삶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수영을 계속한 그녀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은퇴 후에는 유명한 동기부여 강연자가 되어 살아간다. 빙하학자가 되어 남극에서 깨어나기도 하고, 인기 절정의 밴드 리더가 되어 대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을 하는 삶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삶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어떤 삶에서는 어머니와 오빠가 죽기도 하고, 다른 삶에서는 죽은 아버지가 살아 있기도 하다. 그녀에게 주어진 삶에 실망을 느끼는 순간, 그녀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새 책을 꺼내 다른 삶으로 뛰어든다. 그녀는 거대한 나무의 가지처럼 다양한 줄기로 뻣어간 수백 가지 다른 삶을 경험한다.

 

오랜 방황 끝에 가장 완벽에 가까운 삶을 만난다. 의사인 남편과 딸이 있으며, 그녀는 성공한 대학교수다. 사랑하는 오빠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이곳에 가장 오래 머물며 이 삶을 계속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곳도 떠나게 된다.

 

그녀가 방문했던 다양한 삶은 다른 선택을 했던 또 다른 그녀가 만든 삶이다. 중간에 뛰어든 그녀는 항상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삶이란 스스로 선택을 하며 그 결과에 순응해서 살 때, 그 삶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녀는 더 이상 죽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오롯이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평행으로 존재하는 우주는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출근길, 버스 대신 택시를 탄 아침, 나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점심에 짜장면 대신 설렁탕을 먹은 일은 1달, 2달 후 나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영국 작가 매트 헤이그 신작 ‘자정의 도서관’은 이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직 한국어로는 번역된 것이 없다. 비교적 쉬운 영어로 쓰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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