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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의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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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2. 17.

요즘은 늘 도서관에서 킨들로 빌린 영어책과 온라인으로 한국에서 주문한 한국어판 책,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벌써 수년째 지켜오는 나의 독서 방법이다. 어떤 작가가 알려 준 요령이다. 깊이 빠져들어 읽던 책이 끝나면 그 여운과 아쉬움에 다음 책을 쉽게 들지 못한다. 조금 시차를 두고 두 권을 함께 읽으면, 한 권이 끝나도 이미 빠져있는 다른 한 권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이별에 대한 후유증은 없다. 그리고 새책을 골라 읽기 시작하면 다시 두 권을 동시에 읽게 된다.

 

얼마 전, ‘레디 플레이어 원’의 후속작인 ‘레디 플레이어 투’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왔다, 전편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얼른 7일 대여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했다. 대여가 끝날 때에도 책은 채 중간에도 이르지 못했다. 다시 21일 빌려 며칠 더 읽다가 책장을 덮었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던 일편과 달리, 이번 책은 게임 공간의 묘사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책을 중간쯤 읽었는데도 이야기는 별 진전이 없었다.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재미있는 책도 많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책도 마찬가지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는 것이 낫다.

 

‘루스 웨어’의 신작 소설 ‘One by One’ (하나씩)을 읽었다. 현대판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명성에 걸맞게 스릴 넘치는 추리소설이다.

 

프랑스의 눈 덮인 산에 있는 고급 스키 산장에 ‘Snoop’이란 스타트업 회사의 임직원 10명이 중요한 결정을 위해 휴가 겸 회의를 하기 위해 온다. 산장에는 요리사를 겸하는 ‘대니’와 고객 접대를 담당하는 ‘에린,’ 두 명의 직원이 있다. 

 

Snoop 이란 남들이 듣는 음악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앱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회사다. 회사를 사겠다는 오퍼가 들어왔다. 회사를 매각할 것인가는 투표권을 가진 5명의 주주가 결정하게 된다. 4명의 창업 멤버와 창업 초기 약간의 돈을 빌려주고 2%의 지분을 받은 여직원 (그 후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리즈’다. 매각에 대한 창업 멤버들의 의견은 찬성 2, 반대 2이며, 2% 의 지분을 가진 리즈의 한 표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회사의 CEO 인 ‘토퍼’는 매각을 반대하고 있으며, 투자유치를 책임지고 있는 ‘이바’는 찬성하고 있다. 토퍼는 리즈를 채용했으며, 그녀가 이자 대신 주를 가질 수 있도록 주선한 인물이다. 한편, 이바는 공개되지 않은 리즈의 비밀을 알고 있다. 회사가 매각을 하게 되면 리즈의 지분은 1천2백만 달러에 달한다.

 

매각의 찬반을 앞에 두고 열띤 언쟁을 벌리던 이들은 스키를 타며 열을 식히기로 한다. 흩어져 스키를 타던 이들이 모두 산장에 돌아오지만, 이바는 보이지 않는다. 엎친데 겹친다고 눈사태가 나 산장 일부가 파손되고 전기와 전화 등이 두절된다. 그 와중에 에린은 발목을 다친다. 이바는 스키를 타다 절벽으로 떨어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다음날 아침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가 마시던 커피 잔에는 하얀 가루약의 흔적이 남아 있고, 컴퓨터는 박살이 나 있다. 과연 누가 그를 죽였는가 하는 의견을 나누다가 이바가 죽게 되면 그녀의 지분은 토퍼에게 넘어가게 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즉, 이바의 죽음으로 크게 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토퍼인 셈이다.

 

그날 밤 또 한 사람의 여직원이 죽임을 당한다. 누군가 마스터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 그녀를 죽인 것이다. 산장 직원인 대니의 마스터 키가 없어졌다.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연상시킨다. 닫친 환경. 그 안에 범인이 있고,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사람들의 전화기는 모두 배터리가 소진되어 무용지물이 되고, 산장에는 전기가 없어 라디오를 들을 수도 없다. 토퍼와 한 무리는 스키를 타고 아래 마을로 내려가고, 대니와 다른 한 무리는 근처 다른 산장으로 도움을 청하러 가기로 한다.

 

산장에는 에린과 오전에 층계에서 넘어져 무릎을 다친 사람, 둘만이 남았다. 그날 밤, 에린은 함께 산장에 남은 사람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인은 그녀가 진실을 알아냈다는 사실을 안다. 서로를 견제하는 눈치싸움 끝에 에린은 살기 위해서는 산장에서 도망치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탈출을 시도한다.

 

부러진 발목에 스키를 신고 아래 마을을 향해 도망치는 에린. 그녀를 뒤쫓는 살인범. 숨 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할리우드 영화의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진다.

 

범인이 밝혀지고 사건이 일단락된 후에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족과 같다. 굳이 더 이어서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주인공은 에린이지만, 이야기는 여러 화자의 시각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영화 장면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아마도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다. 아직 한국어 번역판은 없는 것 같다. 비교적 쉬운 영어로 쓰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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