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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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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2021. 3. 25.

홀로 된 당신에게 이웃집 여자가 찾아와 “언제 우리 집에 와서 나와 함께 잘래요?”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 콜로라도 근처 작은 마을에 사는 70대 여성 '에디 무어'(제인 폰다)가 이웃에 사는 '루이스 워터스'(로버트 레드포드)의 집에 찾아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오래전 배우자와 사별하고 큰 집에서 홀로 노년을 견디며 산다. 루이스가 당황하자, 에디가 서둘러 말한다. “섹스를 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밤을 견디기가 어려워서 그래요.”

 

두 사람은 40여 년을 이웃하고 살며 지켜본 사이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음 날 밤, 에디는 양치를 하고 가장 깔끔한 옷을 입고 용기를 내어 루이스의 집으로 간다.

 

이웃들의 눈이 두려워 루이스는 뒷문으로 드나드는데, 며칠 후 에디는 앞문으로 오라고 한다. 처음에는 한없이 어색하기만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씩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대화하는 밤에 익숙해진다.

 

둘은 하나씩 마음 깊숙이 숨겨 놓았던 회환과 상처를 나눈다. 에디에게는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가슴 아픈 기억이, 루이스에게는 젊은 날 잠시 피운 바람 때문에게 죽은 아내와 딸에게 남긴 상처에 대한 회한이 있다. 

이들의 만남은 곧 작은 마을의 가십거리가 된다. 어떤 이들은 놀리고 조롱하기도 한다. 마침내 둘은 더 이상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하고 시내로 팔짱을 낀 채 데이트를 나간다.

 

아내가 집을 나가자 초등학생 나이의 손자를 잠시 어머니에게 맡기러 온 에디의 아들은 루이스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루이스는 가정불화와 무관심에 상처 받았던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어느 날 밤, 아빠에게 돌아갔던 손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두 사람이 도착한 집에 아빠는 없고, 손자 혼자 있다. 집안은 억망이고 부엌에는 피자 박스와 음식쓰레기 투성이다. 

 

에디는 아들 곁에 가서 손자를 돌보겠다고 한다. 루이스가 함께 가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다고, 자기 가족의 일이니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한다. 루이스는 다시 혼자 남는다. 그는 화구를 사서 전부터 하고 싶었던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다. 

 

얼마 후, 에디가 아들, 손자와 함께 사는 집에 소포가 도착한다. 박스 안에는 루이스의 오래된 장난감 기차 세트와 휴대전화가 들어 있다.

 

손자를 잠재운 후, 에디가 루이스에게 전화를 걸고, 두 사람은 각자 침대에 누워 긴 밤을 함께 지낼 준비를 한다.

 

영화는 큰 반전 없이 잔잔히 흘러간다. 1936년생인 로버트 레드포드와 1937년생 제인 폰다, 두 사람의 노련하고 능청스러운 연기가 별로 대단하지 않은 영화에 활기를 불어 준다.

 

나이가 들어가니 스릴과 서스펜스나 반전이 가득한 영화보다는 이렇게 잔잔한 드라마가 좋다. 가족 간의 갈등, 용서와 화해, 희망이 들어있는 스토리가 좋다. 내 나이 30대에 '30대쯤'(Thirty Something)이라는 미드가 있어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 이야기를 더 열심히 보게 된다. 아마도 세대별 공감대가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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