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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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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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2021. 3. 26.

한인들의 미국 이민이 많았던 80년대, 불법체류도 많았다. 커피와 연관된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불법체류자는 미국에 오래 산척 하려고 프림을 넣지 않은 쓴 블랙커피를 마시고,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는 설탕과 프림을 넣어 입맛에 익숙한 달달한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나 역시 이런 달달한 커피로 커피 마시기를 시작했다. 프림의 유해론이 불거지자, 설탕만 넣어 마셨다. 그때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셨다. 미국 직장에 다니며 원두커피를 마셔보니 인스턴트커피에서 나는 특유의 뒷맛이 없었다. 마침 회사에는 층마다 커피 클럽이 있어, 월 10달러의 회비를 내면 제한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모두 시커먼 블랙커피를 마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유와 설탕, 다양한 맛이 첨가된 크림이나 시럽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의 커피 여정은 주머니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 가장 경제적인 것이 인스턴트커피다. 원두커피가 맛있는 것은 알았지만 내게는 커피 내리는 기계가 없었다. 언젠가 딸아이 ‘세미’가 아버지 날 선물로 4잔이 나오는 작은 Mr. Coffee 기계를 사주어 집에서도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주말에 혼자 한잔 마시자고 종이필터에 커피를 장만하는 일이 귀찮아 맥도널드 커피를 마셨다.

 

 , 아내도 커피를 좋아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커피는 맛있기는 한데 우리 입에는 조금 진하게 느껴져 커피 한잔을 사며 뜨거운  한잔을 얻어 섞어 마시면  입에 맞았다. 근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커피 5-6 값이면 1파운드 원두를 사서   동안 마실  있었다. 여행을 가거나 어디 나들이를  때면 아내가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 가지고 다니며 마셨다.

 

원두를 신선하게 갈아 마시기 위해 커피 그라인더도 장만했다. 맛있는 커피는 원두의 신선도도 중요하지만 기계의 성능이 좌우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저가 커피머신은 물의 온도를 맞추지 못한다. 비싸고 좋은 기계는 적당한 온도의 뜨거운 물에 압력을 가해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맛이 있는 것이다.

 

몇 해 전 블랙 프라이데이에 파드(Pod)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는 기계를 하나 장만했다. 파드 커피의 장점은 분쇄된 원두를 파드에 담고 빌봉을 해 놓아 신선한 커피를 그때그때 내려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이다. 그런데 싼 것을 골라 산 탓인지, 며칠 만에 파드가 찢어지며 커피 찌꺼기가 내려오는 바람에 고장이 나 버렸다.

 

다시 필터에 내려 먹는 커피로 돌아갔다. 아내는 언젠가 진짜 좋은 커피 기계를 하나 장만하겠다고 벼르게 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코로나.

 

모두 방콕을 하게 되었다. 외출도 못하고 외식도 못하게 되었다. 그나마 집 근처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는 문을 열었다. 마침 스타벅스 신용카드를 신청하며 받아 놓은 $200 기프트 카드도 있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나중에는 주문대 앞에 차를 세우고 내 이름을 말하면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벤티 커피 한 잔, 뜨거운 물 한 잔을 내주었다. 그 한 잔의 커피로 아침을 시작했다.

 

기프트 카드의 잔액이 모두 고갈되고 나자, 파네라 브레드의 커피 클럽으로 갈아탔다. 한 달 9달러면 무제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게다가 3달 무료로 가입했다.

 

마침내 우리에게도 신분상승의 기회가 왔다. 아내가 언제부턴가 교우의 집에서 마시는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했다. 때맞추어 3차 경기부양금이 은행에 입금되었다. 아내를 부추겨 네스프레소 기계를 장만했다. 이제 커피뿐 아니라, 에스프레소도 내려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인스턴트커피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니? 개천에서 용이 났으며, 촌놈 출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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