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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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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3. 27.

나는 작가 ‘심윤경’을 소설가가 아닌, 내가 즐겨 듣는 EBS 북카페의 수요일 초대손님으로 먼저 알았다. 조근조근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녀의 말투는 내게 마치 누이나 고모를 연상시킨다.

 

온라인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찾던 중, 그녀의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바구니에 담았다. 책이 도착한 후에는 책장에 꽂아두고 몇 달이 지났다. 이상하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동안 사들인 책들을 다 읽고, 마침내 그 책을 읽었다.

 

1977년부터 1981년 사이, 어린 소년 ‘동구’의 시각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생과 어머니, 할머니, 이웃 삼촌, 선생님과 그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인왕산 자락의 산동네에 사는 동구에게 6년 만에 여동생 ‘영주’가 생긴다. 동구는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읽지 못하고, 집에서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영주는 늦둥이로 태어나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세 살도 되기 전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한글을 읽는다. 

 

동구의 담임인 ‘박영은’ 선생은 동구에게 난독증이 있음을 알고 그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 동구는 박 선생을 흠모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동구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10.26, 12.12 등을 경험한다. 1980년, 동구에게 글을 가르쳐주던 박 선생은 여름방학이 지나도록 학교에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고, 5.18에 연루되어 실종된다.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영주의 죽음, 그 후에 벌어지는 어머니의 광기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1981년, 동구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 속에게 나름 희망의 빛을 찾게 되고, 가족의 화해를 예감하게 된다.

 

이 책은 성인을 위한 성장소설이다. 정말 이런 시어머니가 있을까 싶은 심한 고부간의 갈등, 그 사이에 낀 우유부단한 남편, 밥상을 뒤엎고 아내를 패는 가정폭력 등은 60-70년대 흔히 볼 수 있던 상황이다. 

 

가정폭력은 처음 시작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쉽게 벌어지며, 회를 거듭할수록 강도가 높아진다. 숟가락, 젓가락을 내던진 사람은 다음에는 쟁반을 던지게 되고, 밥상을 엎게 된다. 손바닥으로 빰을 때린 사람은 다음에는 주먹을 쥐게 되고, 발길질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 가정 폭력은 매우 심각한 범죄에 속한다.

 

동구의 아버지가 선 보증이 잘못되는 바람에 모아놓은 돈을 모두 잃게 되는 상황도 나온다. 한국소설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소재다. 한국에 흔한 보증은 미국의 co-sign (공동 서명)에 해당한다. 크레딧 카드나 할부구매를 할 때 공동 서명을 하면 그 빚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 공동 서명은 부부가 아닌 다음에는 거의 해 주지 않는다. 집문서 등을 잡히고 보증을 서는 일도 없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책이 처음 나온 것은 2002년인데, 내가 산 책은 2011년에 나온 29쇄다. 이 책의 꾸준한 인기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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