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혼자 있는시간의 힘

댓글 2

책 이야기

2021. 3. 31.

7080 세대들이 자라던 시절, 내 방이란 낯선 일이었다. 단칸방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집들도 많았다. 우리 집에는 방이 여럿 있었지만, 혼자 독방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남동생과 같은 방을 썼고, 누이 셋이 방 하나를 함께 썼으며, 양계장과 그 후 식당의 종업원들도 남녀로 나누어 여럿이 방하나를 썼다.

 

그럼에도 나는 일찍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외가에서는 하루 종일 할머니와 있었지만, 할머니는 내 놀이 상대가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바둑 알로 혼자 알까기를 했고, 장기알로 축구와 야구놀이를 했다. 나름 놀이에 알맞은 규칙도 만들었다. 집에서는 동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까지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혼자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일찍부터 길들여졌다. 그래서 지금도 혼자 노는 일에 익숙하다. 하루 중 얼마간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이룬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 ‘사이토 다카시’의 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 살던 시절, 혼자 밥을 먹는 풍경은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혼자 밥 먹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혼밥’이나 ‘혼술’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는 “혼자가 되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서 좋은 고독과 나쁜 고독”이 (52 페이지) 갈린다고 했다.

 

“쓰기는 고독의 힘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다. 고독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74 페이지) 100% 공감하는 말이다.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쓰면 비로소 그 생각은 정말 나의 것이 된다. 나는 고독했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만 되뇌면 그것은 자신을 상처 내는 칼이 될 수 있다.”(93 페이지)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좋겠지만, 남에게 하지 못할 말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며 생각을 다듬다 보면 마음이 정리된다. 그러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바꿀 것은 바꾸고, 잊을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흘려보내야 할 감정들은 빨리 흘려보내야 한다.”(94 페이지)

 

사람은 살아있는 몸이며 생각을 몸에서 따로 분리할 수는 없다. 피곤할 때 짜증이 나고, 아플 때 부정적이며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도 몸이 마음에 전하는 메시지 탓이다. 그래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마음의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오히려 몸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기분을 바꾸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107 페이지) 때로 “우리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다.”(107 페이지)

 

60년대 한국에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지난해 추수한 곡식은 다 떨어졌고, 보리는 아직 덜 여물어 먹을 것이 없는 시기를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식량이 없어 밥을 굶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상대적 빈곤층은 늘어만 가고 있다. “남들이 다 갖는 브랜드 제품을 갖지 않으면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경향이 생겼고 사람들은 그런 소외감을 점점 견들 수 없게 되었다.”(167 페이지)

 

이런 사람들은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하게”(167 페이지) 된다. 

 

현대인들은 이별을 하고 나면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일에 급급하다. 다카시는 “실연이 주는 상실감은 빨리 떨쳐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괴롭겠지만 그때가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을 철저하게 느끼고 이별의 이유에 대해”(175 페이지)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혼자 수업을 받는 학생이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학생에 비해 학습 몰입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는 무리 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데리고 사는 처조카 둘은 각자 방이 있다. 코로나 탓에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제방에 들어앉아 보낸다. 방안에 혼자 있지만, 결코 혼자 보내는 시간은 없다. 늘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고, 하루의 대부분을 SNS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지낸다. 고쳐보려고 야단도 치고 잔소리도 해 보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 여자  (0) 2021.04.10
클라라와 태양  (0) 2021.04.05
혼자 있는시간의 힘  (2) 2021.03.31
나의 아름다운 정원  (0) 2021.03.27
살아남은 사람들(The Survivors)  (0) 2021.03.24
내가 네 아버지다  (0) 202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