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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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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4. 5.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새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 (Klara and The Sun)은 출간 전부터 2021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고 있었다. 출간 즉시 영미권 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나오던 날 아침에 온라인으로 도서관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8주 만에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 기계문명의 발달로 실업자가 늘어났고, 정치적으로는 양분되어 있으며, 신분 상승(lifted)을 이룬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겼다.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이들의 친구 노릇을 한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둘 없듯이, AF도 모두 각자 성격과 개성이 다르다.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에 관심이 많은 AF ‘클라라’가 매장을 찾아온 소녀 ‘조시’를 만나게 된다.

 

조시는 이혼한 엄마와 살고 있으며 집에는 가정부가 있다. 이웃에는 그녀와 장래를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남자아이가 있다. 그녀의 언니는 어려서 죽었고, 조시도 몸이 아프다. 그녀의 엄마는 조시를 잃는 것이 너무 두려워, 혹시 그녀가 죽게 되면 클라라를 조시로 만들려 한다. 클라라로 하여금 조시를 잘 관찰하여 그녀의 몸놀림은 물론 생각까지 배우라고 한다.

 

인조인간인 클라라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인가를 생각한다. 조시를 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해치며 조시를 살리려 노력한다.

 

클라라의 노력 덕에 조시는 건강을 찾아 대학으로 진학한다. 어린아이였던 조시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는 것으로 자신의 사명을 다한 클라라는 로봇을 폐기 처분하는 곳에서 옛 기억을 되살리며 마지막을 기다린다. 

 

감성을 지닌 로봇이라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있을 것이다. 클라라도 조시가 어른이 되면 자신의 유효기간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조시 역할을 하며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녀는 그 기회를 뒤로 미룬다. 그리고 조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존에 필수인 액체의 일부를 몸에서 빼내기까지 한다. 조시와 그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 AF는 자신만의 성품을 가졌으며, 감정도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형성한다. 이들은 이성적이며 늘 최선의 선택을 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싸움이나 다툼도 없다. 아이들을 보살펴 줄 뿐만 아니라, 공부도 가르쳐 준다.

 

미국에 사는 한인 가정 중에는 멕시칸 가정부를 둔 집들이 있다. 이들 가정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스페니쉬를 배우고 멕시칸 음식을 먹는다. 로봇 손에 자란 아이들은 로봇의 인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로봇을 애인이나 배우자로 두면, 바람을 피울 걱정도 없고 피곤한 부부 싸움 따위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고, 아플 때 돌보아 줄 것이며, 필요하면 나를 혼자 내버려 두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도 매우 인상 깊게 읽었었다. 그는 우리가 곧 보게 될 미래의 세상을 기술이나 과학으로 그리기보다는 감성과 윤리로 채색한다. 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진보는 인류에게 장수와 안락의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육류의 소비와 애완동물의 수요가 늘어나며 동물의 복지와 권리가 거론되고 있듯이 복제기술이나 인공지능의 사용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세상.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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