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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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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4. 22.

하루키의 책은 LP와 워크맨 세대인 나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그의 소설에는 60년대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감각이 살아나고, 20대로 돌아간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루키가 오랜만에 새 책을 냈다. 그의 신간 소설집 ‘일인칭 단수’(First Person Singular)를 영어판으로 읽었다.

 

돌베개에 – 대학생인 ‘나’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던 그녀는 절정에 이르는 순간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겠다고 하고, 그녀가 소리 지를 것을 염려한 나는 그녀의 입에 타월을 물려준다. 그녀는 이빨 자국이 남을 만큼 세게 타월을 물고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시를 쓴다던 그녀는 자신이 쓴 시를 모은 시집을 보내온다.

 

크림 – 화자는 피아노 학원을 같이 다녔던 여자아이에게서 연주회 초대장을 받고는 용돈을 털어 꽃을 사서 연주회장을 찾아간다. 연주회가 열린다는 건물은 문이 닫혀 있고, 나는 낯선 동네에서 이상한 만남을 하고 돌아온다.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 재즈 팬이었던 화자는 ‘찰리 파커’가 죽지 않고 음악활동을 계속했다는 가정을 하고, 대학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그리고 꿈을 통해 그를 만난다.

 

솔직히 내게는 별로 재미없는 내용이었다.

 

위드 더 비틀스 (With the Beatles) – 비틀스의 열풍이 뜨겁던 무렵, 고등학생이었던 화자의 학창 시절과 첫사랑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나’는 여자 친구를 집으로 찾아갔다가 그녀의 오빠와 아침시간을 보내게 된다. 오빠는 부분적으로 기억을 상실하는 병을 앓고 있었다. 아침과 저녁은 기억하는데, 한낮의 몇 시간은 기억하지 못하는 식이다.

 

기억을 상실한다는 것은 나의 일부를 잃는 일이 아닌가 싶다. 미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니, 우리는 모두 기억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어떤 일을 기억하건 기억하지 못하건, 그런 기억들이 모여 내가 존재한다.

 

책에 나오는 비틀스의 노래들을 애플 뮤직에서 찾아 들으며 읽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 시원치 않은 성적의 프로 야구단을 응원하는 ‘나’는 야구장을 소재로 하는 시를 써서 시집을 냈다. 야구장에 얽힌 기억을 추억한다. 작품에는 여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야구를 소재로 시를 쓰다니. 역시 하루키답다.

 

작가는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글에 담아내기 마련이다. 하루키의 글에는 자전적 이야기 같은 스토리가 자주 등장한다. 이 작품이 바로 그렇다. 그는 야구팬이며, 어느 날 야구장에서 외야로 날아가는 공을 보고 그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이야기는 하루키 팬이면 다들 아는 이야기다.

 

사육제(Carnaval) – 슈만의 ‘사육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어떤 “못생긴” 여자와 나누었던 색다른 우정을 이야기한다. 재즈면 재즈, 클래식이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하루키의 사랑과 폭넓은 이해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 작년 여름, ‘더 뉴요커’에 실렸던 작품이다.

 

작가인 화자가 온천의 작은 여관에서 말하는 원숭이를 만나게 된다. 사람의 손에 큰 이 원숭이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맥주를 마신다. 목욕을 하는 화자 앞에 나타나 그의 등을 밀어주고, 밤에는 그의 방으로 맥주와 안주를 가지고 와 나눠 마시며 사랑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한때는 원숭이 세계로 돌아갔으나 결국 동화하지 못하고, 원숭이와는 사랑도 나누지 못한다. 원숭이가 사랑하는 것은 인간 여성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가져오는 것으로 그 사랑을 이룬다. 이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면허증, 여권, 신분증처럼 이름이 적힌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원숭이에게 이름을 잃은 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그는 이제껏 7명의 여성을 사랑했노라고 고백한다.

 

다음날 화자가 여관을 나서며 맥주 값을 내려고 하는데, 맥주를 먹은 기록이 없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이 여관에는 자판기 캔 맥주만 있고 그가 어젯밤 원숭이와 나누어 마신 병맥주는 없다는 것이다. 화자는 자신이 꿈을 꾼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5년 후 어느 날, 화자는 여행잡지사의 편집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자꾸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녀는 시나가와 부근에서 신분증을 분실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인칭 단수 – 이 또한 하루키의 자전적 이야기인가 싶은 작품이다. 화자는 양복을 잘 입지 않는다. 옷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옷장에는 고가의 양복과 셔츠, 넥타이 등이 걸려 있다. 그는 아주 가끔 양복을 꺼내 입어 본다.

 

아내가 친구와 중국음식을 먹으러 나간 날 (그는 중국음식 알레르기가 있다), 화자는 양복을 차려 입고 바에 가서 혼자 술을 마신다. 그러다가 옆자리의 여자에게서 뜻밖의 비난과 공격을 받는다. 도망치듯 밖으로 나오자,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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