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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없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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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5. 4.

추리소설은 대개 두 가지 방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독자와 함께 범인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제3의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하도록 이야기를 이끈다. 반전이 나올 때마다 독자는 또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다. 결국 이야기 끝에 가서야 대반전과 함께 범인을 알게 된다. 이때 범인을 맞춘 독자는 자신의 추리력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틀린 사람은 작가의 스토리 텔링에 박수를 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또는 중간쯤에 범인을 공개하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평행선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도 있다.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 그 후 이어지는 복잡한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독자가 범인에게 동정심을 갖거나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백야행’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들어 있다. 책은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절반쯤 읽고 나면 독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오사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후 19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들 사이에 얽힌 사연을 따라간다.

 

전당포 주인 ‘요스케’가 살해되었다. 처음에는 전당포 손님이었던 ‘후미요’라는 여성이 의심을 받지만, 그녀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다음에는 죽은 요스케의 아내 ‘야에코’와 전당포 직원 ‘마쓰우라’가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후미요에게는 정부 ‘데라자키’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그 두 사람이 공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지만, 얼마 후 두 사람은 따로 사고사로 사망한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수사를 담당하던 ‘사사가키’ 형사는 죽은 요스케의 아들 ‘기리하라 료지’와 용의자였던 후미요의 딸 ‘니시모토 유키호’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유키호는 친척에게 입양되어 ‘카라사와 유키호’라는 이름으로 자라게 된다. 유키호와 료지 주변에서는 이상한 사건들이 몇 차례 일어난다. 표면적으로 이들은 모르는 남남으로 살아가지만, 그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의심하게 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거의 없다. 이들은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둘은 사랑하는 사이인지 등에 대한 설명도 없다. 결국 독자들이 각자 상상하며 읽게 된다.

 

이야기에는 어린 소녀에 집착하는 성인 남자들의 삐뚤어진 성의식,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가진 자들의 갑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분상승에 집착하는 을, 그리고 치밀한 복수극 등이 들어 있다. 책은 마침표 없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드라마나 영화 같으면 속편이 나올 법하다. 

 

책은 3권으로 1,000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다만 비슷한 이름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구분이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떤 작가이길래 이렇게 끊임없이 재미있는 책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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