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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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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5. 27.

즐겨 듣는 EBS ‘윤고은의 북카페’에 나오는 작가 최민석의 소개로 ‘피터 스완슨’을 알게 되었다. 그가 소개한 책은 ‘30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Her Every Fear)였는데, 아마존에서 스완슨의 책을 찾아보니 ‘죽여 마땅한 사람들’ (The Kind Worth Killing)의 평이 더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혼자 비행기 여행을 하다 보면 일행 없이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고,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는 생각에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하지 않을 말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번 ‘테드’는 공항의 바에서 푸른 눈동자의 ‘릴리’를 만난다. 그는 그녀에게 일주일 전, 아내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일을 털어놓는다.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그에게 그녀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맞장구를 친다. 

 

두 사람이 테드의 아내 '머란다'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하기로 계획을 세우던 중, 아내의 정부가 테드를 살해하는 것으로 1부는 끝이 난다. 이 부분에서 잠시 당황했다. 주인공이 벌써 죽어 버리면 나머지 이야기는 어떻게 하려고? 그런데 알고 보니 테드는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2부에서는 테드의 아내인 머란다가 실은 릴리의 대학시절 남자 친구가 바람을 핀 대상이었음이 밝혀진다. 바람을 피웠던 남자 친구는 유럽에서 유학 중이던 릴리를 만나러 가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2부의 끝부분에 이르러 머란다와 그녀의 정부도 차례로 죽음을 맞는다.

 

3부에는 테드와 머란다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등장한다. 독신인 그는 릴리에게 의심을 품게 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이성을 느낀다. 릴리의 아버지는 소설가인데, 형사는 그의 팬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 달리 책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살인범이 시신을 숨겨 둔 낡은 우물이 있는 땅이 팔려 개발을 하게 된다. 곧 불도저가 땅을 밀게 되는데, 땅을 파 시신이 드러나게 되면 범인은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물도 마르고 오래된 우물이니 그냥 흙으로 덮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살인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져 버릴 것이다.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번갈아 가며 등장해서 그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독자는 범인도 알고, 범행 동기도 알며 책을 읽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어 누구 한 사람을 꼬집에 나쁘다고 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다. 도리어 독자는 범인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최민석 작가 덕에 좋은 추리 소설가를 한 명 알게 되었다. 그가 쓴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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