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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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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2021. 6. 2.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의 보도는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대단치 않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의 기류는 다르다.

 

코로나 펜데믹 동안 미국 정부는 2.59조 달러라는 어머어마한 양의 돈을 시중에 풀었다.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에게 3차에 걸쳐 경기부양 지원금을 지급했고, 기업과 상인들에게도 무상 또는 초저금리로 돈을 내주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융자금은 서류를 갖추어 제출하면 탕감받을 수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실업수당 외에 추가로 매주 $600 달러를 지급해 주었다. LA 시의 경우 펜데믹 직전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14.25이었다. 주 40시간 일을 해서 버는 돈은 $570, 실업수당은 주급의 2/3 인 $380이다. (참고로 캘리포니아 주의 실업수당은 최저 $40에서 최고 $450까지 받을 수 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서 $40의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도 $600을 추가로 받았다. 이 금액은 금년 봄부터 $300로 줄었지만, 그래도 부당하게 많은 금액이다. 평소에는 실업수당의 수혜대상이 아닌 자영업자들에게도 돈을 지급했다.

 

이런 일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있었다. 무리해서 집을 샀거나, 집의 가치를 부풀려 융자를 받아 돈을 쓴 사람들이 융자금 상환을 못하게 되자, 정부가 나서서 이를 갚아주었다. 근검절약하고 살며 매달 상환금을 꼬박꼬박 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으며, 지금도 그 일은 부당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직장들이 문을 열며 근로자들을 불러도 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들은 최대한 실업수당을 받으려 하고 있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결국 인플레이션을 맞게 된다. 2020년, 캘리포니아 주의 집값은 11.3% 올랐으며, 2021년에도 8% 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스(연료) 가격은 전년대비 38.34% 가 올라 LA 지역 개스 가격은 갤런당 $4.20이다. 도매물가도 전년대비 6.2% 상승했다고 한다.

 

그나마 기술의 발달로 전자제품의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아 도매물가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조정된 것이다. 농산품이나 소비재 가격은 두 자릿수 이상 오른 것도 많다.

 

물가가 오르면 결국 임금도 오르게 되고,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젊은 층이나 가계 빚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임금이 오르면 가계 수입이 늘어나니 좋고,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빚을 갚기는 수월해진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부를 축적하게 되고, 은행에 현금을 넣어 둔 사람들은 돈의 사치를 잃게 된다.

 

돈을 마구 풀어 빚이 늘어난 연방정부나 지방정부도 나쁘지 않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재산세 수입이 늘고, 물가가 오르면 소비세 수입이 늘고, 급여세도 올라 소셜 시큐리티(사회보장)의 세수도 늘어난다. 반대로 지출도 늘어, 정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피해를 보는 이들은 연금에 의존해서 사는 노인들이다. 연방정부는 매해 국민연금 지급액을 물가지수에 따라 조정해 주지만 그 인상폭은 늘 실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6월 15일이 되면 캘리포니아 주도 전면 개방을 하게 된다.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표면 상으로는 펜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만, 그 후유증은 실물경제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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