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매스커레이드 호텔

댓글 0

책 이야기

2021. 7. 1.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었다.

 

회사원, 가정주부, 그리고 고등학교 교사가 차례로 살해되는 의문의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범인은 살해 현장에 수수께끼 같은 숫자 메시지를 남겨 놓는다. 

 

경찰은 세 사건의 관련성을 발견하지는 못하지만 이 메시지를 근거로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이라 의심한다. 마침내 메시지를 해독하는 데 성공하여, 다음번 범행 장소는 야경으로 유명한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다음 살인을 막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이 호텔에 수사관들을 보내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으로 위장하여 잠복한다. 형사 ‘닛타’는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하고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이기 위해 호텔의 직원 ‘야마기시 나오미’의 지도를 받는다. 

 

닛타는 호텔을 찾아오는 투숙객을 상대하며 세상에는 참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사는 진전이 없고 무언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 시점, 호텔에서 결혼식을 앞둔 신부의 주변에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살인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야마기시 나오미와 닛타가 애쓰는 가운데 예고된 살인 날짜는 시시각각 다가온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더위를 쫓는 피서용, 또는 잠 안 오는 긴긴 겨울밤을 보내기에 좋은 오락용 작품들이다. 본격 장르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소재와 플롯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이 다소 아마추어적이다. 

 

등장인물 닛타는 유능한 형사고 나오미는 베테랑 호텔리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숙박객들의 '가면'을 벗기려는 닛타와, '고객이 먼저'라며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나오미는 이런 입장 차이로 인해 몇 번이나 충돌한다.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점차 신뢰관계가 싹트기 시작한다. 할리웃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플롯이다. 자존심이 강한 두 남녀. 

 

여기서 할리웃과 일본 정서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할리웃 영화에서라면 사건이 꼬여 난처한 입장이 되었을 무렵, 두 사람은 호텔의 빈 공간에 숨어들어 격렬한 정사를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고 책임감이 강한 일본의 정서에서는 책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다. 

 

책의 배경을 호텔로 잡다 보니 이런저런 모습의 투숙객들이 나오며 젊은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 호텔을 찾는 유명인사들도 나온다.

 

쉼 없이 작품을 내놓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두고, 그가 혼자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무리의 유령작가들이 팀을 이루어 작품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드의 경우, 여러 명의 작가가 팀을 이루어 원고를 쓴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이 어두워질 때  (0) 2021.07.12
반짝반짝 빛나는  (0) 2021.07.04
매스커레이드 호텔  (0) 2021.07.01
프로젝트 헤일 메리  (0) 2021.06.22
보건교사 안은영  (0) 2021.06.09
무라카미 라디오  (0)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