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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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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7. 4.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은 2006년 발표된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말 그대로 이미 남편이 있는 여성이 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 이유는 둘 중 누구와도 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며, 남자들 역시 그녀를 잃기보다는 공유하는 것을 선택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힘센 수놈이 무리의 암놈을 모두 독식하기도 하고, 철마다 파트너를 바꾸기도 하며, 공유하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 조상도 원시시대에는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돌려 말하면, 어쩌면 우리에게도 일부다처 또는 일처다부를 동경하는 유전자가 아직도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애인이 있는 여자 ‘쇼코’와 동성애자인 ‘무츠키’가 결혼을 해서 섹스 없는 부부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번역 일을 하는 쇼코는 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애초에 결혼할 생각이 없었지만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선을 보고 결혼한 것이다. 차츰 무츠키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며 남편의 애인인 ‘곤’을 질투하기는커녕 그와 친해진다.

 

내과 의사인 무츠키는 곤과는 학생 시절부터 연인 사이다. 그는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 탓에 수시로 변하는 쇼코의 무드와 기이한 행동들을 모두 너그러이 받아 준다. 그녀를 이성으로는 사랑하지 못하지만 인간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며 사랑한다.

 

쇼코의 부모는 결혼을 하면 그녀의 조울증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고,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알고 있는 무츠키의 부모들은 시험관 아기라도 낳아 대를 잇고자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사람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한 부부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비밀은 결국 밝혀지기 마련. 쇼코의 부모는 무츠키가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고, 무츠키의 부모는 쇼코가 조울증 환자임을 알게 된다. 쇼코의 부모는 무츠키에게 동성 애인인 곤과 헤어질 것을, 무츠키의 부모는 쇼코에게 시험관 아기를 낳을 것을 종용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곤은 여행을 떠난다는 쪽지를 남기고 종적을 감추지만, 실은 쇼코가 마련해 준 같은 아파트 아래층 방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셋은 이렇게 서로를 공유하며 살기로 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남편은 남자고, 아내는 여자라야 한다는 틀도 사라졌다. 남자가 아내가 되고, 여자가 남편이 되어 살아가는 부부도 있으며, 남자를 엄마로, 여자를 아빠로 부르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과거에는 동성부부들은 남의 아이를 입양해야 했지만, 이제는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아 절반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가질 수도 있다.

 

이성 간의 섹스는 더 이상 사랑의 필수 조건이 아니며 선택사항이다.

 

20세기 말, 일본에는 결혼하지 않는 독신여성이 많이 생겨났다. 10 수년 후, 한국에도 비혼 여성들이 늘어났다.

 

미국을 보면 일본의 미래가 보이고, 일본을 보면 한국의 내일이 보인다고 하면 다소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결코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유방임이라는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한 사회는 결국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은 길을 가게 마련이다.

 

70년대, 미국에서는 종교, 대중문화, 그리고 성적 가치관이 크게 변했다. 그리고  변화의 물결은 태평양을 건너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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