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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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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1. 7. 26.

‘하퍼 리’의 장편소설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는 모든 미국인이 학창 시절 한 번은 읽어야 하는 현대 미국 소설의 고전이다. 그녀는 1960년에 출판된 이 책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 근처에서 벌어진 사건과 그 무렵 가족과 이웃들의 삶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의 무대는 대공황기인 1930년대 앨라배마 주 메이콤이다. 이 지역에서 존경받는 중년의 변호사 ‘핀치’가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흑인 남성 ‘로빈슨’을 변호하면서, 그의 가족이 겪는 일과 남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린 딸 ‘스카웃’의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인종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는 다소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홀아비인 핀치는 흑인 파출부 ‘켈퍼니아’의 도움을 받으며 아들 ‘젬’과 딸 스카웃을 키우고 있다. 이때만 해도 미국은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뚜렷하고, 피부색으로 신분이 갈리는 봉건적 사회였다. 독자들은 스카웃을 통해 1930년대 미국 남부 작은 마을의 삶을 엿보게 된다. 사람들은 이웃집의 숟가락 숫자도 다 알고 지낼 정도다. 

 

존경받는 벡인 변호사 핀치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로빈슨의 변호를 시작하며, 가족은 협박과 수모를 경험하게 된다. 평소에 침착한 젬 조차도 이웃 할머니의 모욕을 듣고는 그 집 화단을 망가트린다. 젬은 아버지의 꾸중을 듣고 사과를 하게 되며, 그 대가로 병석의 할머니에게 한 달 동안 매일 오후 책을 읽어준다.

 

재판 과정에서 핀치가 로빈슨이 무죄라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백인 배심원들은 유죄판결을 내린다. 신중한 사람인 핀치는 항소를 준비하면서도 로빈슨에게 무죄방면을 약속하지 않는다. 결국 담을 넘어 탈옥하려던 로빈슨은 총에 맞아 죽는다.

 

과연 흑인 청소년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세월은 흘렀어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낄 것 같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백인들이 흑인을 이용하고 차별하는 것에 대하여 핀치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 모든 것이 쌓이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테니까. 그런 일이 너희들 세대에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이는 곧 하퍼 리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의 예언은 적중했다. 미국을 뒤흔드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 예다. 

 

딸이 흑인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했던 ‘이웰’은 핀치의 변론으로 자신이 거짓 증언했음이 이웃들에게 알려지며 당한 망신을 보복하기로 마음먹는다.

 

아이들의 학교에서 학예회가 있던 날 밤, 걸어서 집으로 오는 젬과 스카웃을 해코지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비명을 들은 이웃의 ‘부’가 격투 끝에 이웰을 살해하게 된다. 부는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문밖에 나오지 않고 늘 집에만 있지만, 젬과 스카웃에게는 호감을 보이던 이웃이다. 마을의 보안관 ‘헥 테이트’는 부가 이웰을 살해했다는 것을 알지만, 술에 취한 이웰이 아이들과 몸싸움을 하다 넘어지며 들고 있던 칼에 찔려 죽은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 책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그린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미국에도 사투리가 있다. 뉴욕이나 남부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가 있고, 하층계급의 백인들이 쓰는 어휘가 있으며, 흑인들의 말투가 있다. 번역한 책에는 이런 말투를 한국의 사투리로 표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를 보고 참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자도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책을 번역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사투리가 등장하는 한국 책을 영어로 번역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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