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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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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2021. 8. 4.

여러 해 전에 ‘나의 버킷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이 글에서 은퇴 후 아내와 개조한 밴 차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며 여행 사진과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사랑방 카페를 열어, 아침이면 찾아오는 이들에게 향긋한 커피와 아내가 구운 맛난 스콘이나 시너몬 롤을 대접하고 싶다고 썼다. 가게 벽에는 아내가 그린 그림을 걸고, 커피 콩이나 밀가루 가격이 올라도 커피값은 올리지 않겠노라고 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요즘, 버킷 리스트를 조금씩 수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차를 타고 먼길을 여행하며 매일 낯선 곳에서 잠자는 일은 다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 직후, 어린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기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놈들만 집에 남겨두고 길을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2년 후 작은놈이 대학에 가면, 내게도 자유가 찾아올 것이다. 

 

얼마 전 기본요금 7만 3500불의 세계 일주 크루즈 여행 상품이 예약 개시 2시간 30만에 판매가 마감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132일간의 여행비용으로는 큰돈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이보다 저렴한 세계 일주 크루즈를 버킷 리스트에 담았다. 

 

좀 더 현실적인 것은 기차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일이다. 가끔 유튜브에서 기차 여행하는 것을 찾아보곤 한다. 몇 군데 도시에 내려서 며칠 쉬고 다시 탈 수도 있고, 그냥 기차에서 먹고 자며 횡단을 할 수 도 있다. 이것도 리스트에 담아 두었다. 

 

아예 새로 찾은 것들도 있다. 그중 하나는 한국에 가서 1-2년 사는 일이다. 한국도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어, 여행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노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한국은 많이 변해서 어디를 가나 꽃길과 산책로가 있고, 아담한 카페와 편안한 쉼터들이 있다. 맛있는 먹거리는 또 얼마나 많은지. 

 

펜데믹 이후 사무실에 안 나가고 하루 세끼 집에서 밥을 먹으니, 아내는 밤에 자리에 누우며 내일은 무얼 먹나 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 한국이 가면 아내의 이런 걱정도 덜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동네마다 다양한 식당이 있고 배달도 용이하니, 끼니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기회가 되면 지방자치 단체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에서 영어봉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것도 보람 있겠지만, 같은 또래의 장년층과 어울려 영어공부도 하고 말동무도 하면 좋은 소일거리가 될 듯싶다. 

 

헌책방을 찾는 것도 리스트에 넣었다. 한국의 알라딘 중고 책방에서 책을 주문하면 DHL로 3-4일 만에 도착한다. 단점은 책이 다양하지 않으며 가격도 만만치 않다. 분야별로 100-250권 정도밖에 조회를 할 수 없다. 헌책방에 가서 종이 냄새를 맡으며 책을 고르는 재미와는 비교할 수 없다.

 

버킷 리스트는 휴가나 여행을 꿈꾸는 것과 비슷하다. 여행은 막상 떠날 때보다는 이것저것 찾아보고 계획하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사는 일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싶을 때, 버킷 리스트를 꺼내어 고치기도 하고, 지우기도 하고, 새로 적어 넣기도 하며 내일을 계획하고 꿈꾸어 보곤 한다. 

 

버킷 리스트를 만든다는 것은 아직 삶에 대한 의욕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당신의 버킷 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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