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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 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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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2021. 9. 26.

그동안 4 식구가 스마트폰 데이터 용량 12GB를 나누어 쓰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 집에 있는 동안에는 이것도 남아돌았는데,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나니 부족해 보였다. 결국 무제한 데이터로 바꾸었다. 알고 보니 요금은 큰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무제한 데이터에는 HBO Max 가 무료로 제공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감독, 주연을 한 영화 ‘크라이 마초’가 지난 금요일 극장과 HBO Max로 동시 개봉을 해, 나는 주말에 집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한때는 로데오 스타였던 카우보이 ‘마이크 마일로’(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허리 부상으로 은퇴를 하고 외롭게 늙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예전에 신세를 진 보스 ‘하워드 폴크’가 그를 찾아와 멕시코에 있는 13살 된 아들 ‘라포’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아이의 엄마를 찾아 간 그는 라포가 범법자의 삶을 살며, ‘마초’라는 이름의 싸움닭을 데리고 싸움판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아낸다. 라포를 찾은 마이크는 그를 설득해서 텍사스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기로 한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아들을 줄 수 없다며 불량배들을 내세워 마이크를 협박한다. 할 수 없이 물러서 나온 마이크는 차 안에 숨어 있던 라포를 발견한다. 그리고 텍사스로의 위험하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식당에서 잠시 쉬며 마이크가 하워드와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 라포의 엄마가 보낸 사내가 나타나 라포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사내를 따돌리고 다시 길을 나섰던 그들은 도적들에게 차를 잃고 만다. 걸어서 다음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마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허기를 채운다. 그들을 찾는 것으로 보이는 경찰들이 식당에 다가오자 마타는 슬그머니 “영업 중”이라는 팻말을 “영업 안 함”으로 바꾸어 경찰을 따돌린다.

 

라포가 구해 온 차가 고장이 나자 그들은 마을에 발이 묶이고, 마이크는 말 농장에서 야생마 길들이는 일을 도우며 라포에게는 말타기를 가르친다.

 

관객들은 이쯤에서 마타가 마이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동차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던 마이크도 병으로 남편, 딸과 사위를 잃고 소녀 딸들과 사는 마타에게 호감을 느낀다. 

 

다시 길을 떠난 두 사람은 마약 배달차량으로 오해를 받아 멕시코 경찰에게 잡히기도 하고, 뒤쫓아온 라포 엄마가 보낸 사내에게 쫓기기도 하지만, 위기를 잘 넘기고 라포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 텍사스 국경에 도착한다. 라포는 싸움닭 마초를 마이크에게 건네주며 국경을 넘어가고, 마이크는 차를 돌려 마타가 있는 식당으로 돌아간다.

 

90세가 넘어 구부정한 노인의 모습이긴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전히 그만의 매력을 풍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법보다는 자신의 손으로 복수도 하고 일을 처리하는 무법의 의인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불의 또는 뜻하지 않은 삶의 비극으로 상처를 받아 강하고 냉정해졌지만, 치유되지 못한 상처와 사랑에 굶주린 사내의 모습. 여인들은 그런 그와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극작가 ‘리처드 내쉬’가 1975년에 펴낸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크라이 마초’는 대단한 영화는 아니다. 작은 스케일에 출연진도 몇 안 되는 소품 같은 드라마다. 90세가 넘은 노인에게 스케일 큰 영화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그와 함께 늙어가는 팬이라면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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