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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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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21. 10. 15.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생일날 아침이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곤 했었다. 언제가 읽은 책에서 작가가 생일이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어머니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한다기에 나도 따라 시작했던 일이다. 생각해 보면, 생일은 어머니도 나도 엄청 힘들고 고생했던 날이다. 굳이 따지자면, 아기보다는 엄마의 고생이 몇십 배 더 컸을 것이다.

 

전화할 어머니는 없어도,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전화기를 집어 든다. 시간을 보기도 하고, 밤새 내가 잠든 사이 변한 세상 이야기도 찾아본다. 아침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가 와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단체 메시지 방에는 누군가 한 사람이 메시지를 올리면 앞다투어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올라온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들, 형제들, 친구들과 나누는 메시지 방마다 풍선이 날아오르고, 별이 터져 나오고, 선물상자와 와인 병들이 난무한다. 오전 중에 10여 통의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아내와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니, 고깔모자로 장식한 상자가 문 앞에 와 있다. 큰 조카딸이 보낸 케이크다. 누이동생이 전화를 해서 생일노래를 불러 주고, 샌디에이고 손녀딸이 화상통화로 생일노래를 불러 준다.

 

 

저녁이 되니, 아내가 초밥을 만들어 생일 상을 차려 준다. 아이들과는 1주 전 주말에 함께 밥을 먹은 터라, 오늘은 우리 4 식구만 먹는다.

 

 

깜짝 선물은 8년째 우리와 살고 있는 조카 녀석들에게서 받은 생일카드다. 초등학교 때 미국에 온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교 11, 12학년이다. 그동안 받았던 형식적인 카드가 아닌,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진심이 담긴 카드다. 그동안 나름 힘든 세월을 보냈다. 남의 자식을 키우는 일이 수월치 않다. 아이들도 힘들었겠지만, 나와 아내에게도 수월치 않은 세월이었다. 손편지 한 장에 감동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늙은 모양이다. (ㅎㅎㅎ)

 

 

진짜 하이라이트는 남아 있었다.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7대 2로 누르며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NLDS) 전적을 2대 2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오늘 받은 선물 중 가장 멋진 선물이다. 

 

 

어머니의 고생 덕에 세상에 태어나 이런 멋진 생일을 보내는군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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