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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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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2020. 7. 30.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11분’을 읽었다. 이 책에서 11분이란 남자와 여자가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말한다.

 

그는 1997년 강연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갔다가 누군가 호텔에 맡겨 놓은 원고를 읽게 된다. 원고는 브라질 출신 창녀가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쓴 이야기였다. 그는 2000년 그녀를 만났고, 그 후 그녀의 소개로 알게 된 여러 명의 창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쓴 책이 바로 ‘11분’이다.

 

‘리우 데 자네이루’로 휴가를 떠났던 브라질 처녀 ‘마리아’는 그곳에서 스위스에서 온 남자에게 클럽 댄서 제의를 받고 꿈에 부풀어 그를 따라나선다. 하지만 현지의 사정은 그녀의 상상과 달리 녹녹지 않다. 선금으로 처리한 여행경비와 생활비를 떼고 나면 언제 돈을 모을 수 있을지 까마득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말을 공부하고 남자를 사귄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배워둔 프랑스 말로 부당해고를 지적하며 변호사와 소송을 들먹여 고용주에게서 5천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 낸다. 그 돈으로 방을 얻고 몇 달 동안 버티며 직업을 구한다. 어느 날 이력서를 남겨 두었던 모델 에이전시의 연락을 받고 만난 아랍인에게서 1,000 프랑을 받고 잠자리를 같이 한다.

 

돈은 자꾸 줄어들어 고향으로 돌아갈 비행기표 값도 남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윤락가인 베른 가의 클럽 ‘코파카바나’를 찾아가 창녀가 된다. 하지만 제네바에서 가장 비싼 클럽이라는 이곳에서 손님과 잠자리를 하고 받는 요금은 340 프랑이었다. 딱 일 년만 일을 해서 어머니를 위한 집과 농장을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해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루에 3명의 손님을 받기도 한다. 

 

클럽에서 일하는 창녀들 대부분은 18-22살 사이였다. 이 년 정도 일한 뒤에는 신참으로 교체된다. 코파카바나에서 퇴출되면 ‘네온’으로, 그다음에는 ‘제니움’으로 흘러갔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화대는 점점 줄어든다. 30세가 넘으면 ‘트로피컬 에스터시’로 밀려난다. 매춘은 신출내기가 많이 벌고, 베테랑이 적게 버는 직업이다.

 

클럽의 손님들은 집에 가기 전에 잠시 들르는 기업체 간부들이 많았다. 그들은 11 이전에는 모두 귀가를 했다. 마리아는 손님들이 쾌락보다는 외로움 때문에, 위로받기 위해 이곳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님 다섯 중 하나는 성행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속내를 드러내며 대화를 하기 위해 온다는 것을 알고는 놀란다. 마리아는 두 명의 특별한 손님을 알게 되고, 그중 한 사람과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코엘료는 남자와 여자에게 성이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는 사정을 하면 언제나 적당한 쾌감을 느끼지만, 여자는 자신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에서만 오르가슴을 느낀다. 남자들은 여자에게 만족을 주어야 그녀를 정복했다고 생각한다. 그걸 아는 여자들은 남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하여 거짓 연기를 하기도 한다. 창녀들도 적당히 소리를 내어 오르가슴을 연기하면 더 많은 팁을 받는다.

 

성적 취향은 식성 같은 것이다. 입맛이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 기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운이 좋아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만나면 속궁합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섹스는 사랑의 한 부분일 뿐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사람에 따라, 연령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언젠가 중년부부들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속궁합 이야기가 나왔다. 한 여성이 말하길, 여자들은 부부관계의 다른 면들이 모두 만족스러우면 속궁합이 조금 부족해도 별 불만 없이 산다고 했다. 여자들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은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귀여운 여인’(Pretty Woman)과 비슷한 장면으로 끝난다. 이 소설의 토대가 된 이야기를 들려준 실제의 인물이 남편과 두 딸과 함께 로잔에서 잘 살고 있다고 하는 걸 보면 해피엔딩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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