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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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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2020. 8. 1.

수년 전 워싱턴 D.C. 에 있는 유대인 박물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전시물 중에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죽어 간 이들의 유물을 전시해 놓은 것이 있었다. 그들이 급히 짐을 싸서 집을 나섰던 가방, 입고 있었던 신발과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죽음의 냄새가 배어 있는 그곳을 지나오면 죽은 이들의 사진들이 걸려있는 벽을 지나게 된다. 다 돌아 나오면 섬찟하면서도 나치 정권의 잔인함에 치를 떨게 된다.

 

그곳에서 15, 6세가량의  소녀가 전시물을 보며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훌쩍이는 것이 아니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가스실에서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의 소녀였다. 아마도 억울하게 죽어  이들을 생각하며 울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때  “아, 역사란 이렇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구나”라고 새삼 느꼈었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어디나 유대인 박물관이나 문화센터가 있다. LA에도 두 곳이나 있다. 이곳에는 유대인의 역사물과 나치의 만행을 보여주는 전시물 외에 연회장이 있어 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우리 조카딸은 지난해 유대인 문화센터인 '스커볼'(Skirball)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2차 대전  일본의 선제공격을 받았던 미국은 자국 땅에 살고 있던 일본인들을 수용소로 보냈다. 자유를 누리며 살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직장과 비즈니스를 잃고 낯선 지역의 수용소로 떠나야 했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철조망으로 담을 치고 경비병들이 보초를 서는 그곳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후에 미국 정부는 이들에게 보상을  주었다고 하지만 어찌 잃어버린 세월을 다시 보상받을  있겠는가. 

 

일본인들은 그때의 일들을 책으 써서 출판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필름을 만들기도 했다. 요즘도 그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신문이나 잡지 등에 등장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는 공영방송의 전파를 타기도 한다. 

 

여기에 비하면 정신대, 강제징용, 생체실험 등의 야만적인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에 대한 우리들의 대응은 참으로 단순하고 감정적이며 일회성이 아닌가 싶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일본 대사관이나 영사관 앞에서 주먹을 내지르며 시위를 하고 일본 상품 불매를 외쳐대지만 이도 잠시뿐이다. 

 

미국에도 도처에 소녀상이 세워져 있지만, 동상을 보고 그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소녀상을 보고 일본인들의 만행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든 일이다. 

 

우리도 유대인들이나 재미일본인들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알리고 여론을 우리 쪽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L.A. 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 한국역사관을 세워 일본의 압제에 시달리고 희생당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조리 있게 지속적으로 전할  있다면 좋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겪은 참담한 역사를 소개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국이 미국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보내졌던 일본인들도  당시 미국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쉽게 동감한다. 

 

우리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쳐야  것이다. 단순히 일본이 나쁘다는 감정적 항변이 아닌 나라를 빼앗긴 민족이 겪어야 했던 고난, 결코 사람에게는 행해지지 말아야  성적, 육체적 학대와 고통을 부각하여 역사를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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