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22 2021년 06월

22

책 이야기 프로젝트 헤일 메리

성당 친구들과 Denny’s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 문득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들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마일이나 킬로가 아닌 광년으로 측정한다. 어떤 별은 몇십 광년, 또 다른 별은 몇백 광년의 거리다. 빛의 속도로 가도 몇십 년, 몇백 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별빛은 몇십 년, 몇백 년 전 그 별을 떠나온 빛이다. 어쩌면 별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 밤하늘에서 내가 보는 별들은 모두 과거의 모습이다. 사실은 어둠 속에 더 많은 세상이 숨어 있다. 수많은 별들이 그 안에 있지만 그 빛이 내게 오려면 수십 년, 수백 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런 별들은 내가 죽은 후에나 모습을 나타낼..

댓글 책 이야기 2021. 6. 22.

16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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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감자

아내는 과일이나 야채 껍질을 감나무 밑에 묻곤 한다. 거름이 되라고 주는 것이다. 가끔씩 그 자리에서 싹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사과나무가 나왔고, 토마토가 열렸으며, 몇 년 전에는 수박과 참외도 자란 적이 있다. 지난봄 감자 껍질을 버린 자리에 싹이 돋았다. 껍질에 붙어있던 눈이 자란 것이다. 아내가 거름을 주고 물을 주니 잘 자랐다. 어제저녁 텃밭에 물을 주던 아내가 “어디 감자나 캐볼까?” 하며 삽을 들고 살살 땅을 파 헤치니, 땅 속에서 이놈들이 나왔다. 신기하기도 하고 귀하기도 하다. 텃밭은 아내의 놀이터다. 아이들이 모래상자 안에 들어가 놀듯이 아내는 텃밭에 들어가 흙을 만지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대리 만족을 얻는다. 며칠 사이에 날씨가 많..

댓글 일상에서 2021. 6. 16.

09 2021년 06월

09

책 이야기 보건교사 안은영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이니 이제 50여 년이나 된 이야기다. 식구 중에 누군가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기면, 할머니는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구수한 죽을 끓여 그걸 집 주변 여기저기에 뿌리며 “잡귀야, 물러가라.” 고 했다. 배고픈 잡귀들에게 죽 한 그릇 주며 우리 곁을 떠나라고 구슬린 것이다. 어떤 때는 한지 위에 반죽한 쌀가루를 얹고 김을 올려 쪄내어 작은 크기의 백설기를 만들어 장독대에 가지고 가서는 연신 손을 비비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솥에 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후 어딘가 다녀온 후에는, 빨간 물감으로 쓴 한자가 적힌 부적을 접어, 알게 또는 모르게 식구들 옷깃에 숨겨 넣기도 했다. 할머니가 부정한 기운의 잡귀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던 방법들이..

댓글 책 이야기 2021. 6. 9.

02 2021년 06월

02

미국 이야기 펜데믹 이후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의 보도는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대단치 않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의 기류는 다르다. 코로나 펜데믹 동안 미국 정부는 2.59조 달러라는 어머어마한 양의 돈을 시중에 풀었다.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에게 3차에 걸쳐 경기부양 지원금을 지급했고, 기업과 상인들에게도 무상 또는 초저금리로 돈을 내주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융자금은 서류를 갖추어 제출하면 탕감받을 수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실업수당 외에 추가로 매주 $600 달러를 지급해 주었다. LA 시의 경우 펜데믹 직전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14.25이었다. 주 40시간 일을 해서 버는 돈은 $570, 실업수당은 주..

01 2021년 06월

01

책 이야기 무라카미 라디오

나는 활어회보다는 생선을 숙성시켜 먹는 사시미를, 사시미보다는 매운탕이나 소금구이를 좋아한다. 매운탕은 명태, 대구, 민어, 우럭 같은 담백한 생선이 좋다. 비린맛이 너무 강한 생선은 매운탕에 적합하지 않다. 생선 매운탕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생선 알과 내장을 넣고 끓인 알탕이다. 음식에도 유행이 있는 모양이다. 20여 년 전 LA에서는 알탕이 크게 유행했었다.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의 메뉴에는 꼭 알탕이 들어 있었다. 요즘은 알탕 먹기가 쉽지 않다. 모든 생선은 구워 먹으면 맛있다. 좋기는 연탄이나 숯불 같은 직화에 올려 굵은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생선구이를 먹을 때는 하루키 식으로 먹는다. 구운 생선 살에 와사비를 약간 묻혀 간장에 찍어먹는 것이다. 와사비가 생선의 비린 맛을 ..

댓글 책 이야기 2021.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