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28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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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TV 가 죽었다

침실에 있던 TV 가 죽었다. 5-6년 전, 내 생일에 아이들이 사준 것이다. 거실에 있는 삼성 TV는 이보다 훨씬 오래된 것인데도 잘 지내고 있는데, 전자제품이나 사람이나 가는 길에는 순서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처음 TV를 접한 것은 6-7살 때의 일이 아닌가 싶다. 국영 방송인 KBS 가 개국을 하던 무렵이다. 부모님과 함께 2층 큰 방에서 “현해탄은 알고 있다”는 드라마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원자폭탄이 터져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주인공이 무섭게 느껴졌었다. 60년대 TV는 콘솔 스타일로 양쪽 끝에는 스피커가 들어 있고, 가운데에는 문이 있어, 이걸 열면 화면이 나왔다. TV 방송국은 하나, 저녁 방송만 했다. 그 후 방송국이 두 개 더 생기며 채널 다툼이 생겨났다. 아버지와 우리 두 형제는 운동..

댓글 칼럼 모음 2021. 8. 28.

20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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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일곱 해의 마지막

작가 김연수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시인 ‘백석’의 이야기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북한에 살았던 백석의 삶을 그리고 있다. 백석은 8.15 해방 이후 평양에 머물며 비서 겸 러시아어 통역으로 스승인 조만식을 도왔다고 한다. 6.25 전쟁 전후로 후배인 고정훈이 그에게 월남할 것을 제의했으나, 그는 4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1. 조만식 선생을 모셔야 한다. 2. 북에는 가족과 친지가 많아, 자신만 월남하면 남은 가족과 친지가 고초를 겪을 것이다. 3. 가족과 친지가 모두 같이 간다 해도, 남에는 생활 터전이 없어 더 힘들지도 모른다. 4. 이젠 감시가 심해져, 가고 싶어도 못 간다. 함경남도 홍원이 고향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다. 미국에 이민 온..

댓글 책 이야기 2021. 8. 20.

17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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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잊기 좋은 이름

요즘 한국문단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대세다. 이건 아마도 책을 사는 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 소설은 시대에 따라 소재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60년대 작가들의 글에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 자주 등장했다. 사춘기의 내게 이런 작품들은 너무 어둡고 잔인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최인호의 달달한 연애소설이었다. 얼마나 감미롭고 신선했던지. 그 후, 근대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주와 노동자들의 갈등이, 서슬이 퍼렇던 군사독재가 끝난 후에는 이에 항거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문학의 소재로 등장했다. IMF 가 지나고, 성차별과 여성의 권익이 사회 전반에 공론화되며, 최근에는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 많아진 것 같다. 81년에 한국을 떠난 내게 2000년대의 소재들은 다소..

댓글 책 이야기 2021. 8. 17.

14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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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더 플롯 (The Plot)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어떤 이야기는 독백이며, 어떤 이야기에는 두 사람이, 또 다른 이야기에는 여러 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같이 자란 형제,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는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 겪었어도 기억하는 내용은 다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고 들을 것이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으므로, 가족, 친구, 이웃, 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은 것도 이야기로 남게 된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차고 넘치면 덜어내게 된다. 아마도 이런 과정이 창작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쓰지만, 작품이 늘어나며 이웃과 친구, 나중에는 남의 이야기를 가..

댓글 책 이야기 2021. 8. 14.

10 2021년 08월

10

영화 이야기 시 같은 영화

아마존이 만든 영화 ‘패터슨’(Paterson)을 보았다. 제목 패터슨은 주인공 (아담 드라이버)의 이름이며 그가 사는 소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시내버스 운전사다. 그에게는 인도계 여자인 아내가 있다. 영화는 일주일 동안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보여 준다. 패터슨은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그는 6시 10분 경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월요일 아침 눈을 뜬 그는 손목시계를 집어 시간을 확인한 후 왼쪽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입맞춤을 한 후, 어제저녁에 꺼내 놓은 옷을 들고 씻으러 간다. 아침으로는 시리얼을 먹고, 아내가 싸 놓은 도시락을 들고 집 근처 차고로 출근을 한다. 배차원이 와서 출발시..

07 2021년 08월

07

책 이야기 꽈배기의 맛

작가 최민석은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윤고은의 EBS 북카페’의 월요일 고정 게스트다. 나는 그가 방송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을 구해 읽었음에도 막상 그가 쓴 책은 읽은 적이 없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말처럼 인기 작가라기보다는 인기 방송인이 맞는 모양이다. 중고 책방에서 그의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권을 발견하고 무조건 주문했다.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이 그의 에세이집 ‘꽈배기의 맛’이다. 이 책은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로 2012년에 나왔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후 내용을 수정하고 제목을 바꾸어 2017년에 새로 출판한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낸다. 하물며..

댓글 책 이야기 2021. 8. 7.

06 2021년 08월

06

영화 이야기 스파이 영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대여해서 보았다. 아마존에 물건을 주문하며 속달이 아닌 늦은 배달을 선택하면, $1의 크레딧을 준다. 이 크레딧으로는 비디오를 사거나 대여할 수 있고, 노래와 전자책을 살 수도 있다. 그동안 모은 크레딧으로 빌려 보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스트리밍으로 보게 되면 낮과 밤 구별 없이, 앉아서 또는 누워서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만, 집중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상영시간 2시간쯤 되는 영화는 한 번에 다 보기가 쉽지 않다. 무언가 방해물이 생긴다. 이 영화도 이틀에 걸쳐 보았다. 2010년에 나온 영화를 10년이 지난 후에 찾아본 이유는 순전히 작가 ‘최민석’ 때문이다. 그의 에세이집 ‘꽈배기의 맛’을 읽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소재..

04 2021년 08월

04

칼럼 모음 다시 쓰는 버킷 리스트

여러 해 전에 ‘나의 버킷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이 글에서 은퇴 후 아내와 개조한 밴 차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며 여행 사진과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사랑방 카페를 열어, 아침이면 찾아오는 이들에게 향긋한 커피와 아내가 구운 맛난 스콘이나 시너몬 롤을 대접하고 싶다고 썼다. 가게 벽에는 아내가 그린 그림을 걸고, 커피 콩이나 밀가루 가격이 올라도 커피값은 올리지 않겠노라고 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요즘, 버킷 리스트를 조금씩 수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차를 타고 먼길을 여행하며 매일 낯선 곳에서 잠자는 일은 다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 직후, 어린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기에 계획에 차질..

댓글 칼럼 모음 2021.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