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25 2021년 03월

25

영화 이야기 밤에 우리 영혼은

홀로 된 당신에게 이웃집 여자가 찾아와 “언제 우리 집에 와서 나와 함께 잘래요?”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 콜로라도 근처 작은 마을에 사는 70대 여성 '에디 무어'(제인 폰다)가 이웃에 사는 '루이스 워터스'(로버트 레드포드)의 집에 찾아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오래전 배우자와 사별하고 큰 집에서 홀로 노년을 견디며 산다. 루이스가 당황하자, 에디가 서둘러 말한다. “섹스를 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밤을 견디기가 어려워서 그래요.” 두 사람은 40여 년을 이웃하고 살며 지켜본 사이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음 날 밤, 에디는 양치를 하고 가장 깔끔한 옷을 입고 용기를 내어 루이..

18 2021년 03월

18

영화 이야기 출생의 비밀

봄비가 내리던 주말 오후, 영화 ‘차이나타운’(Chinatown)을 보았다. 사설탐정 ‘제이크 기티스’(잭 니콜슨)가 수도국 국장 ‘홀리스 멀웨이’의 아내로부터 남편의 불륜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후 홀리스의 진짜 아내인 ‘에블린 멀웨이’(페이 더너웨이)가 나타나면서 조사를 부탁한 여인은 가짜였음이 밝혀진다. 얼마 후, 홀리스가 의문사를 당하며 제이크는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차이나타운’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제이크의 전직이 형사였으며, 한때 차이나타운 지역에서 일을 했다는 것과 영화가 그곳에서 끝난다는 것 말고는 차이나타운은 스토리와는 별 연관이 없다. 홀리스와 에블린의 아버지 ‘노아 크로스’는 한때 수도국을 소유한 동업자였다. 그 후 ..

08 2021년 03월

08

영화 이야기 침묵이 주는 평화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을 보았다. 헤비메탈 그룹 ‘블랙 하몬’의 드러머 ‘루벤’ 은 밴드의 가수인 여자 친구 ‘루’와 함께 RV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며 공연을 한다. 헤로인 중독자인 그는 4년 전 약을 끊고 재활을 했으며, 루 역시 팔에 무수한 자해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청력에 이상이 생기자 약국을 찾게 되고, 약사는 빨리 의사를 보라고 한다. 의사는 이제 그에게는 20-30% 정도의 청력 밖에 남지 않았으며 그마저 언제 잃게 될지 모르니 소음을 피하라고 한다. 인공 달팽이관이 유일한 치료지만 비용이 많이 들며 보험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루벤은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연을 계속한다. 어느 날 공연 중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무대에서 급히 내려오고, 결국 루가 그의 상태를 알게 ..

02 2021년 03월

02

영화 이야기 안락사

‘수잔 서랜든’ 주연의 영화 ‘완벽한 가족’(Blackbird)을 보았다. 영화는 ‘릴리’(수잔 서랜든)의 남편 ‘폴’(샘 닐)이 닭에게 모이를 주고 식물을 돌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알람이 울리고, 힘겹게 일어난 릴리는 오른팔 하나로 다리를 옮기고 힘겹게 옷을 입는다. 한눈에 그녀에게는 심각한 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족들이 도착한다. 큰 딸 ‘제니퍼’의 가족이 오고, 작은 딸 ‘애나’(케이트 윈슬렛)가 동성의 애인 ‘크리스’와 조금 늦게, 그리고 릴리의 절친 ‘엘리자벳’이 도착한다. 루게릭병 환자인 릴리는 병세가 더 깊어져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기 전에 안락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가족들과 사전 조율을 마쳤고, 마지막 며칠을 함께 보내고자 모인 것이..

25 2021년 02월

25

영화 이야기 퍼펙트 케어

3일 전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퍼펙트 케어’(I Care a Lot)를 보았다. 은퇴한 노인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는 회사의 CEO 인 ‘말라 그레이슨’은 실은 탐욕스러운 사기꾼이다. 그녀는 혼자 살거나 또는 자녀들과 소원하게 지내는 노인들을 찾아 무능한 판사로부터 그들의 법정 지정 후견인이 된 후 재산을 빼돌린다. 표적이 된 노인은 요양원으로 보내고, 집과 가구 등을 경매로 처분하여 요양원의 비싼 비용과 자신의 수수료를 챙겨 탈탈 터는 것이 이들의 주업이다. 그녀의 동업자는 노인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와 요양원이다. 어느 날 평소 거래하던 의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혼자 사는 돈 많은 노인 ‘제니퍼 피터슨’을 표적으로 삼게 된다.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는 제니퍼가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소견서 한..

23 2021년 02월

23

영화 이야기 떠돌이 인생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 미국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받을 있는 국민연금은 소셜 시큐리티다.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별도의 연금이 있고, 회사에 따라서 개인연금인 401K를 주기도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65세에 은퇴하며 받는 국민연금의 평균치는 월 $1,321인데, 조기 은퇴를 해서 미리 받게 되면 그 액수가 줄어들어 $1,130를 받는다고 한다. 영화 ‘노마드랜드’(Nomadland)는 경기침체와 불황에 직장을 잃고 집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을 취재한 동명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은퇴 나이의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은 오랜 세월 남편과 함께 일했던 네바다의 광산이 문을 닫으며 실업자가 된다. 남편은 얼마 전 죽었고, 모아 둔 돈도 없는..

19 2021년 02월

19

영화 이야기 뜨거운 영화

밸런타인데이인 일요일 오후, 신 누아르 에로 스릴러 영화 ‘보디 히트’(Body Heat)를 보았다. 1981년 개봉작이니 40년이나 된 영화다. 영화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사무실은 물론 식당, 공연장에서도 함부로 담배를 피우고, 핸드폰이 없으니 공중전화를 하며, 보이스 메일 대신 메시지 쪽지를 주고받는다. 지나간 시절이고,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라 그런지, 투박하지만 고전미가 있는 자동차며 옷차림 등이 정겹고 그립게 느껴진다. 1981년은 내가 미국에 이민 온 해이기도 하다. 바람둥이 시골 변호사 ‘네드 라신’(월리엄 허트)은 뜨거운 밤의 열기를 식히다 부자 남편을 둔 유부녀 ‘메티 워커’(케슬린 터너)를 만난다. 그녀에게 작업을 걸지만, 넘어올 듯하던 그녀는 홀연히 사라진..

09 2021년 02월

09

영화 이야기 이별 이야기

영국 영화 '호프 갭'(Hope Gap)을 보았다. ‘그레이스’와 ‘에드워드’(에드)는 영국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중년의 부부다. 그들에게는 런던에 사는 20대의 아들 '자쉬’가 있다. 그는 가끔 부모를 보기 위해 집을 찾는다. 에드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며, 아내인 그레이스는 명시 편집자이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작업실과 책상이 있다. 에드의 책상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그레이스의 책상은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다. 그들의 책상은 각자 반대편 창을 보고 있어 늘 서로에게 등을 지고 있다. 서로에게서 멀어진 그들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매일 학교에 나가는 에드와 달리 그레이스는 집에서 일을 한다.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에드는 차를 만들어 아내에게 준다. 아내의 책상에서 반이나 남아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