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16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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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작은 아버지

동생 부부와 함께 며칠 전 89세 생신을 맞으신 작은 아버지를 뵙고 왔다. LA 동남부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있는 신도시 매니피 (Menifee)에서 55세 이상 시니어들만 사는 주택단지에 20여 년째 살고 계시다. 작년에는 많이 아프셔 한동안 병원에 입원도 하셨었다. 그놈의 코로나 탓에 1년 넘게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나도 백신을 맞았고, 작은 아버지 내외분도 백신을 맞으셨다고 해서 갔다. 마침 간호사가 오는 날이니 조금 일찍 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해서 토요일 아침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매니피는 우리 집에서 100마일이 넘는 거리며, 차로 2 시간 이상 걸린다. 가서 뵈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태가 좋아 보였지만, 내가 기억하는 작은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다. 작은 어머니는 늘 깔끔..

댓글 일상에서 2021. 3. 16.

20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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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하린아, 생일 축하해!

코로나가 바꾸어 놓을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던 무렵 태어난 손녀 ‘하린’이가 벌써 돌이 되었다. 그때는 아직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았던 때라 우린 마스크도 없이 병원에 가서 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코로나 사태. 딸이 낳은 아이라 더욱 정이 가는 손녀지만 이제껏 안아 본 것은 손가락으로 꼽아 볼 정도다. 사진과 비디오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화상 통화지만 그나마 자주 본다고 요즘은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곁에서 엄마가 시키면 인사도 하고 전화기에 뽀뽀도 한다. 남들이 보면 유난을 떤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동안 보건당국과 정부의 지침을 잘 준수해 왔다. 지난 3월 이후, 가족 모임도 하지 않았고, 식당에 가서 외식을 한 적도 없다. 그 덕인지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잘 지내왔..

댓글 일상에서 2021. 2. 20.

07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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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불법 도박장

내가 불법 가정집 도박장을 개설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처조카 두 명이 6년째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사연은 또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음에 하기로 하자. 민서는 11학년이고, 준이는 10학년이다. 지난 3월 중순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지금까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친구를 만난 적도 없으며 나들이를 나간 일도 없다. 병원에 가거나 책을 반납하고 받아오기 위해 학교에 간 것이 유일한 외출이다. 아, 그리고 매일 한차례 동네 산보한다. 며칠 전의 일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내와 식탁에 앉아 있는데, 소파에 있던 민서가 건너와 고모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휴지를 집어 눈물을 찍어 낸다. 이야기인즉, 너무 외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들어가면 남들이..

댓글 일상에서 2020. 12. 7.

27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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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쌀과자

우리 집에서 벌어지는 일의 중심에는 늘 내가 있다. 이번 일도 시작은 나였다. 11학년에 다니는 조카딸 민서가 벌써 내년 가을이면 대학 입학원서를 써야 한다. 3월에 시작된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다음 학기에도 언제쯤 학교에 돌아가게 될지 알 수 없다. 미국의 대학 입학은 수능이나 내신 등의 점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원자의 학교 활동과 인성을 고루 참작하여 정해진다. 그중 하나가 봉사활동이다. 봉사 활동으로 크레딧을 쌓아야 하는데 이러고 있으니 고민이라는 것이다. 잠시 생각한 후 내가 의견을 내놓았다. 요즘 민서가 과자 굽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과자를 구워 집 근처 양로병원에 가져가면 어떤가 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비영리 단체를 찾아가 봉사를 하는 것도 좋..

댓글 일상에서 2020. 11. 27.

20 2020년 11월

20

일상에서 병원 이야기 (3)

조직 검사를 하기로 약속을 잡으니 또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보름 사이에 두 번이나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검사를 이틀 남겨둔 날, 갑자기 겁이 났다. 괜히 멀쩡한 간에 바늘을 찔러 일을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가장 위험한 것은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것이며, 위험률은 0.01% - 0.1%, 만 명에 한 명 정도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의사의 이름을 구글에서 찾아보니 경력 16년이라고 한다. 초짜는 아니구나 싶어 다소 마음을 놓았다. 마취를 하고 조직을 떼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혹시나 모를 출혈을 관찰하기 위해 3시간 정도 회복실에 있어야 한다. 아내에게 집에 가서 기다리다 전화를 하면 오라고 했더니, 기여코 대기실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평소에 가던 방..

댓글 일상에서 2020. 11. 20.

01 2020년 11월

01

일상에서 병원 이야기 (2)

10월 중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3일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당일에는 8시간 금식을 하고 병원에 갔다. 병원 침대는 내 휠체어보다 높아 혼자서는 오를 수가 없다. 남자 간호사를 찾았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자리에 없어, 여자 간호사 5명의 품에 안겨(?) 침대에 올라갔다. 마취 의사가 들어오고, 마스크를 쓴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깨어보니 회복실이다. 잠시 후, 의사가 오더니 비정상 핏줄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6개월 후에 다시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간에 이상이 생긴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마도 지방간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걱정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는데, 대충 상황이 정리가 되었으니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잠..

댓글 일상에서 2020. 11. 1.

31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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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삼수 끝 우승

2017, 2018, 그리고 2020년, 삼수 끝에 다저스가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32년 만이다. 내게도 의미 있는 우승이 되었다. 88년, 다저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하던 해에 딸아이 세미가 태어났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여 2020년 딸아이 하린이를 낳았다. 그리고 다시 다저스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0년 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저스는 우승 후보군 선두에 자리하고 있었다. 금년은 다저스에게는 매우 특별한 해였다. 7월에 열리는 올스타게임이 새로 단장한 다저스 구장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찾아온 코로나. 시즌 개막이 연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야구협회와 구단주들, 선수노조의 협상 끝에 60게임으로..

댓글 일상에서 2020. 10. 31.

28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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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월드시리즈 5차전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커쇼는 이제 전성기를 지나 구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전과 같지 않다. 은퇴 후 언젠가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 확실한 그는 온갖 기록과 함께 사랑스러운 가족과 팬들의 사랑까지 고루 갖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선수다. 딱 하나, 그에게 없는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다. 이제 그 우승반지가 손끝에 와 있다. 5연전, 또는 7연전 시리즈에 두 번 등판하면 투수는 고전을 하게 된다. 이미 그의 공을 겪어본 상대 타자들이 쉽게 속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 주었던 커쇼도 예외는 아니라 5차전 힘든 경기를 치렀다. 게임이 시작하기 전 로버츠 감독은 그에게 회수나 투구 수와 상관없이 21 타자만을 상대하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6회 말, 커쇼는 첫 두 타..

댓글 일상에서 2020.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