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11 2021년 01월

11

책 이야기 레몬

2002년 온 국민이 월드컵 열기로 들떠있던 때, 열아홉 살 소녀 ‘해언’이 공원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살해 용의자는 해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신정준’과 ‘한만우’다. 정준은 해언이 죽던 날 타고 있던 차량의 운전자고, 만우는 그들을 목격한 인물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할 만한 내용이지만 이야기는 살해범이나 동기를 밝히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해언의 두 살 터울 여동생인 ‘다언’이 언니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해언의 삶은 때 이른 죽음으로써 종결됐지만, 남은 이들은 그 이후에도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복수’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거나, ‘치유’를 찾는 것을 따라간다. 표지가 보여 주듯이 책 제목 ‘레몬’은 죽은 해언이 입고 ..

댓글 책 이야기 2021. 1. 11.

09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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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 소설 ‘센트럴 파크’는 서스펜스 넘치는 범죄 스릴러로 시작하여 마지막 장에서 연애소설로 변하는 책이다. 프랑스인 여형사인 주인공 ‘알리스’는 친구들과 술을 먹은 다음날, 낯선 공원에서 눈을 뜬다. 옷소매에는 피가 묻어있고, 곁에 있는 낯선 남자 ‘가브리엘’과 함께 수갑을 차고 있다. 남자는 지난밤에 아일랜드에서 술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눈을 뜬 곳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다. 같은 배를 타게 된 둘은 얽혀 있는 수수께끼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알리스는 동료 형사 ‘세이무르’에게 전화해, 지난밤 파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과거 알리스는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을 나일론 스타킹으로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 수사를 맡았지만 검거에 실패한다. 수사팀에서 배제된 후, 혼자 은밀히..

댓글 책 이야기 2021. 1. 9.

07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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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재앙을 소재로 한 책

‘루만 알람’의 세 번째 소설 ‘Leave the World Behind’(세상을 뒤로하고)를 읽었다. ‘아만다’와 ‘클레이’는 10대의 자녀들과 함께 바쁜 뉴욕시의 삶을 뒤로하고 롱 아일랜드의 외진 마을로 휴가를 떠난다. 풀장까지 딸린 커다란 저택을 빌려 잠시 부유한 삶을 맛보려는 그들에게 늦은 밤 동부 연안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피해 온 흑인 부부 ‘G.H.’와 ‘루스’가 불쑥 찾아온다. 부부는 이 저택이 자신들의 집이라고 주장하며 하룻밤을 자고 가겠다고 한다. 아만다는 그들을 의심하지만 결국 아래채 방을 그들에게 내어 준다. 대도시는 정전사태를 맞았지만, 이들에게는 전기와 물이 계속 공급된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먹통이 되고, TV 도 나오지 않아 그들은 바깥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댓글 책 이야기 2021. 1. 7.

02 2021년 01월

02

책 이야기 The Searcher (수색자)

아일랜드계 인기 작가 ‘티나 프렌치’의 신작, ‘The Searcher’(수색자)를 읽었다. 처음 읽은 그녀의 책이다. 평을 찾아보니, 그녀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일반 추리소설과는 다소 다른 느낌을 준다. 시카고 경찰에서 근무하던 ‘캘 후퍼’는 악을 소탕하고 선을 추구한다고 믿어왔지만, 흑인소년에 대한 경찰 폭력을 목격하고 크게 실망한다. 결국 25년간의 경찰 생활을 접고,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로 이주한다. 모두가 서로를 잘 알고 지내는 마을 사람들은 외지에서 온 그가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낸다. 어느 날, 실종된 형 ‘브랜든’을 찾아 달라고 나타난 ‘트레이’라는 아이는 조용히 살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어 버린다. 고국에 두고 온..

댓글 책 이야기 2021. 1. 2.

27 2020년 12월

27

책 이야기 광수를 다시 만나다

내가 아는 만화가 박광수는 단행본으로 130만 권이 팔렸다는 만화책 ‘광수생각’의 저자였다. 알리딘 중고서점에서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를 보았을 때, 그냥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만화책이겠거니 하고 주문했다. 받아 보니 만화보다는 짧은 단상과 에세이가 많은 책이었다. 함께 주문했던 다른 책들을 읽느라 미루어 두었다가 며칠 전 읽었다. 이제껏 읽었던 어떤 책보다도 줄을 많이 긋고, 책갈피에 표시를 하며 읽게 되었다. 그는 살아오며 경험한 것들을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때로는 웃음을 머금어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사는 시대와 걸음의 폭은 달라도 사람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대개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만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

댓글 책 이야기 2020. 12. 27.

17 2020년 12월

17

책 이야기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소설들의 공통점은 술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소설이란 결국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WHO 가 2011년 발표한 국가별 알코올 섭취 순위를 보면 한국은 성인 한 명당 14.8리터로 188개 회원국 중 13위였다. 한국에서는 와인이나 맥주보다는 알코올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류수 (소주)를 선호하며 증류수의 소비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2017년 소주 판매량은 총 36억 병으로, 국민 1인당 70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이곳 미국에서도 코로나 이전 한인타운의 국밥이나 족발집에서 점심시간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테이블이나 빈 국..

댓글 책 이야기 2020. 12. 17.

13 2020년 12월

13

책 이야기 작가와 연인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고 연인과도 헤어진 주인공 ‘케이시’는 오빠의 친구가 소유한 차고 방에 세를 들어 산다. 한때 골프 소녀로 각광받던 그녀는 이제 학비 융자금과 빚에 쪼들리는 신세가 되었다.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이어가며 6년째 쓰고 있는 소설을 끝내려 한다. 책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작가들의 세계, 식당과 종업원들의 삶,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두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쿡과 웨이트리스들 사이의 관계, 바쁜 때 테이블을 서브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매우 사실적이다. 작가들의 모임에서 ‘사일러스’를 만난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그에게서 성적인 끌림을 받지만 쉽게 사랑에 빠..

댓글 책 이야기 2020. 12. 13.

08 2020년 12월

08

책 이야기 공무원과 자살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게 되면 책을 열어 볼 수 없기 때문에 가끔 전에 읽은 책을 사게 된다. 장강명의 장편소설 ‘표백’을 그렇게 해서 다시 읽게 되었다. 책을 펼치니 언젠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기억은 나는데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았다.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내가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인 한국의 공무원 시험과 자살이 등장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었다. 서울의 A 대학에 재학 중인 주인공은 어느 날 술자리에서 평소 친하지 않은 휘영, 병권, 미모의 세연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어울리며 세상은 이미 '완성된 세계'이며, 청년들은 수능을 잘 보거나 토익 점수를 잘 받아 출세하는 것 외에는 딱히 이룰 것이 없다는 허무를 자각하게 된다. 그 후, 세연을 통해 ..

댓글 책 이야기 2020.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