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04 2021년 07월

04

책 이야기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은 2006년 발표된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말 그대로 이미 남편이 있는 여성이 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 이유는 둘 중 누구와도 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며, 남자들 역시 그녀를 잃기보다는 공유하는 것을 선택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힘센 수놈이 무리의 암놈을 모두 독식하기도 하고, 철마다 파트너를 바꾸기도 하며, 공유하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 조상도 원시시대에는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돌려 말하면, 어쩌면 우리에게도 일부다처 또는 일처다부를 동경하는 유전자가 아직도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애인이 있는 여자 ‘쇼코’와 동성애자인 ‘무츠키’가 결혼을 해서 섹스 없는 ..

댓글 책 이야기 2021. 7. 4.

13 2020년 12월

13

영화 이야기 '프랭크' 삼촌

영화는 1969 년 남부 캐롤라이나의 작은 마을을 무대로 시작한다. 14살 소녀 ‘베스’는 가족 모임에서 늘 외톨이가 되어버리는 삼촌 ‘프랭크’를 좋아한다. NYU (뉴욕대학)의 교수인 그의 권유로 그녀는 뉴욕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삼촌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갔다가 그의 룸메이트인 ‘윌리’를 만나고, 그들이 게이 커플임을 알게 된다. 윌리는 동성애자들이 죽음을 당하는 고향 사우디 아라비아를 탈출한 무슬림이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프랭크와 베스는 남부의 고향을 찾게 된다. 집에 남아 있기로 했던 윌리가 차를 렌트해 몰래 프랭크의 뒤를 따라오다 발각이 되고, 프랭크가 타고 가던 자동차가 고장이 나자, 결국 셋은 같은 차를 타고 가게 된다. 가족 중 프랭크의 아버지와 누이 만이 그가 게이라는..

댓글 영화 이야기 2020. 12. 13.

17 2020년 09월

17

책 이야기 어른들의 이야기

‘엠마 스트라우브’ (Emma Straub)의 장편소설 ‘All Adults Here’(우리는 모두 성인입니다)는 소도시에 사는 68세의 여성 ‘애스트리드’(Astrid)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책은 그녀가 오래된 이웃 ‘바바라’가 통학버스에 치여 죽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 대신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죽음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자녀들과 감정적으로 너무 멀어졌으며 자신을 숨기고, 속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스트리드에게는 엘리엇, 포터, 니콜라스, 3명의 자녀가 있다. 장남 엘리엇은 중국계 이민자의 딸인 웬디와 결혼하여 어린 두 아들을 두었고, 딸 포터는 독신이며, 막내 니콜라스는 여자 친구 줄리아를 임신시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여 세실리아라는 딸을 두고 ..

댓글 책 이야기 2020. 9. 17.

07 2020년 09월

07

미국 이야기 내가 만난 동성애자 이야기

내가 알고 지냈던 최초의 동성 커플은 우리 옆집에 살던 남자들이었다. 아직 동성애자들에게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시절이라 그랬던 모양이다. 나무판자로 높게 담을 세우고, 창문에는 늘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말이면 일주일치 장을 본 듯 차에서 그로서리 백을 내리는 모습을 본 것이 고작이다. 노스릿지 지진이 났을 때, 혹시 가스관이 터졌을지 모르니 밸브를 잠가주겠다고 공구를 들고 나온 그와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년 후, 내가 이사를 준비하며 헌 가구와 쓰레기들을 내놓는 것을 보고 그가 다가왔다. 함께 살던 파트너가 죽었다고 한다. 그는 에이즈에 걸린 파트너의 곁을 지키며 살다가 그가 죽자 집을 상속받았다고 한다. 집을 팔고 곧 이사를 갈 것이라고 했다. 바로 옆집에 에이즈 환자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