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잠시 머물고 추억하며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오셔도 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onko

10 2021년 04월

10

책 이야기 종이 여자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품을 여러 편 읽다 보면 그 작가만의 공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파악한 ‘기윰 뮈소’의 이야기 전개는 대충 다음과 같다. 그의 소설은 엉뚱하게 시작해서 차츰 궤적을 찾아간다. 이야기에는 최소한 3-4그룹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녀 주인공이 있고, 그들의 절친들로(대개는 남자와 여자) 이루어진 조연들이 있으며, 이야기 전개의 필요에 따라 조금은 격이 낮은 다수의 그룹이 등장한다. 같은 시각, 또는 전혀 다른 시간대에 이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시도 때도 없이 시공을 초월한다. 주인공들은 대개 불우하게 자랐다. 편부모 가정, 가정 폭력,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가난, 우범지역 등이 등장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 성공한..

댓글 책 이야기 2021. 4. 10.

05 2021년 04월

05

책 이야기 클라라와 태양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새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 (Klara and The Sun)은 출간 전부터 2021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고 있었다. 출간 즉시 영미권 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나오던 날 아침에 온라인으로 도서관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8주 만에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 기계문명의 발달로 실업자가 늘어났고, 정치적으로는 양분되어 있으며, 신분 상승(lifted)을 이룬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겼다.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이들의 친구 노릇을 한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둘 없듯이, AF도 모두 각자 성격과 개성이 다르다.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

댓글 책 이야기 2021. 4. 5.

31 2021년 03월

31

책 이야기 혼자 있는시간의 힘

7080 세대들이 자라던 시절, 내 방이란 낯선 일이었다. 단칸방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집들도 많았다. 우리 집에는 방이 여럿 있었지만, 혼자 독방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남동생과 같은 방을 썼고, 누이 셋이 방 하나를 함께 썼으며, 양계장과 그 후 식당의 종업원들도 남녀로 나누어 여럿이 방하나를 썼다. 그럼에도 나는 일찍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외가에서는 하루 종일 할머니와 있었지만, 할머니는 내 놀이 상대가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바둑 알로 혼자 알까기를 했고, 장기알로 축구와 야구놀이를 했다. 나름 놀이에 알맞은 규칙도 만들었다. 집에서는 동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까지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혼자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일찍부터 길들여졌다. 그래서 지금도 혼..

댓글 책 이야기 2021. 3. 31.

27 2021년 03월

27

책 이야기 나의 아름다운 정원

나는 작가 ‘심윤경’을 소설가가 아닌, 내가 즐겨 듣는 EBS 북카페의 수요일 초대손님으로 먼저 알았다. 조근조근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녀의 말투는 내게 마치 누이나 고모를 연상시킨다. 온라인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찾던 중, 그녀의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바구니에 담았다. 책이 도착한 후에는 책장에 꽂아두고 몇 달이 지났다. 이상하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동안 사들인 책들을 다 읽고, 마침내 그 책을 읽었다. 1977년부터 1981년 사이, 어린 소년 ‘동구’의 시각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생과 어머니, 할머니, 이웃 삼촌, 선생님과 그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인왕산 자락의 산동네에 사는 동구에..

댓글 책 이야기 2021. 3. 27.

24 2021년 03월

24

책 이야기 살아남은 사람들(The Survivors)

인기 작가 '제인 하퍼'(Jane Harper)의 신간 ‘살아남은 사람들’(The Survivors)을 읽었다. ‘에벌린 베이’는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연안에 위치한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키어린’은 동거녀 ‘미아,’ 3달 된 딸 ‘아드리’와 함께 고향을 찾았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가야 하는 아버지와 그 근처로 이사를 가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반갑게 만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먹한 감정과 그 아래 깔린 앙금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의 형인 ‘핀’과 친구 ‘샨’의 형 ‘토비’의 죽음이 모두 그의 탓이었기 때문이다. 폭풍이 불던 그날, 14세의 소녀 ‘개비’의 실종 사고도 있었다.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며칠 후 그녀의 가방만이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외지에서 들..

댓글 책 이야기 2021. 3. 24.

20 2021년 03월

20

책 이야기 내가 네 아버지다

‘스티븐 킹’의 신간 ‘레이터’(Later)를 읽었다. ‘제이미’는 싱글맘과 뉴욕에 사는 소년이다. 그에게는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센트럴 파크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을 보고 트라마를 겪었고, 몇 년 후에는 이웃에 사는 ‘마틴 벌켓’ 교수의 죽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가족으로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 삼촌 ‘해리’가 있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엄마 ‘티아’는 작가의 저작권 대리인이다. 그녀는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 작가인 ‘레지스 토마스’ 덕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뉴욕경찰국의 여형사인 ‘리즈’와 연인 사이다. 투자 실패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가 토마스가 갑자기 사망하자 그녀는 곤경..

댓글 책 이야기 2021. 3. 20.

13 2021년 03월

13

책 이야기 미혼모

2008년 제138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가와카미 미에코'의 소설 ‘젖과 알’(Breasts and Eggs)을 영어 번역판으로 읽었다. 일본에서는 긴 문장과 난독성으로 찬반양론이 일기도 했다는데, 영어 번역본은 쉽게 쓰여 있었다. 책에는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두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는 처진 가슴을 고민하며 유방확대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39세의 ‘마키코’와 초경을 앞둔 그녀의 딸 ‘미도리코’가 등장한다. 곧 여성이 된다는 사실에 불안함을 느끼는 미도리코는 엄마와 대화를 끊고 노트 필담으로만 의사 표현을 한다. 두 모녀가 도코에 사는 마키코의 동생인 화자 ‘나’의 아파트에서 보내는 사흘간의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앞선 글에서 화자였던 ‘나츠코’가 주인공이다. 8년이란 세월..

댓글 책 이야기 2021. 3. 13.

28 2021년 02월

28

책 이야기 침이 고인다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는 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고 듣거나 경험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그런데 그녀는 80년 생이다. 아마도 이런 일들은 2000년대 초까지도 이어졌던 모양이다. 어떤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인 것도 있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난하고 척박하지만 지질하거나 구차하지는 않다. 초라하고 힘든 삶에도 나름 낭만과 재미가 있고, 내일에 대한 희망의 빛이 있다. 도도한 생활 –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집은 빚더미에 앉게 되고 화자는 언니가 세든 지하방으로 오게 된다. 장마에 지하방에는 빗물이 흘러들고, 동생은 일 나간 언니를 기다리며 빗물을 퍼낸다. 영화 ‘기생충’의 지하방을 연상하게 된다. 장마에 비가 오면 할머니는 부엌에 들어가 빗..

댓글 책 이야기 2021.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