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가 꿈꾸는 세상

현실은 취미로 하는 것과 직업으로 하는 것은 다르다. 난 여전히 여행이 취미다.

#028. 제주 백패킹 2탄 - 식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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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의 글쓰기/두 여행

2021. 10. 21.

여행은 여행 경험의 여부에 따라 빈도가 달라진다. 그동안의 여행 경험은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고 다음 여행에 꼭 필요한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 여행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이며 여행이 없다면 진정한 삶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은 삶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맛있는 음식과 같다. 여행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질병의 만병통치약이다.

새로운 구상은 일상의 공간을 벗어난 휴가지에서 일어난다. 휴가지에서는 내 인생이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휴가를 즐기는 동안 기분 좋고 부드러운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드넓은 바다와 석양이 만들어낸 빛의 오묘함을 보고 한낮의 구름 없는 새파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본다. 휴가는 인생의 살아 숨 쉬는 발자국이며 살아있음, 여유와 기쁨을 의미한다.

 

혼자 놀기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제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걷는다. 마음에 드는 한적한 장소에 텐트를 치고 나만의 공간을 구축한다. 여행은 예고도 없이 불쑥 새로운 장소에 나타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어둠이 사라지고 해가 뜨면 지난날의 발자취가 인적 없는 해변에 뒤섞여 있다. 속이 다 비칠 정도로 맑은 바다는 솔솔 부는 바람에 수줍어하며 잔잔한 파도를 만든다. 해변을 맨발로 걸으면 일렁이는 파도처럼 자신을 숨기려고 모래는 유난히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지른다.

나는 텐트 밖으로 액자 같은 구름을 보고 있다. 길고 넓게 펼쳐진 솜이불 같아서 그 위에 눕고 싶다. 구름을 보고 있으니 동심의 세계로 돌아온 것처럼 즐겁다. 이게 백패킹을 하는 이유이다.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구름이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듯 나도 그렇게 흘러가면서 이 시간을 즐기면 된다.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면서 느긋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외로움을 좋아하고 즐기는 법을 알고 있다. 꽃이 해를 향해 방향을 돌리는 것처럼 나는 원래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서 여행을 떠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일상을 보낸다.

 

가을 남자

 

해가 떠 있으면 더위를 못 견디어 그늘을 찾고 해가 지고 바람이 부채질을 하면 옷을 겹쳐 입게 된다.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듯 바람은 흘려보내면 되는데 내 마음은 갈 곳 잃어 방황한다. 계절은 늘 바뀌는데 유독 가을을 타는 이유를 모르겠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부니 이젠 몸마저 춥다.

나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붉게 타오르는 석양이 고요히 바다를 내리비추고 있다. 높은 곳에서 노을 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무겁게 짓눌려 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며 평온함이 찾아온다. 밝음이 사라지니 야심한 시각처럼 괴괴한 적막감이 흐른다. 저 멀리 어둠을 밝힌 불빛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밀려온다.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욕망은 불꽃과 같이 뚜렷한 형태를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날처럼 불꽃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크게 밝아지거나 커질 듯 사그라진다. 보드카에서 나는 술향기가 좋으니 어둠이 짙어갈수록 술향기도 짙어진다. 어디에서 부는 바람인지 모르지만 온종일 날아갈 듯 바람이 세다.

 

행복이 시간을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56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번 여행은 많은 흔적을 남겼다. 비박 지에서의 하루가 모여 제주 백패킹 여행이 되었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다. 제주도의 자연은 어느새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다. 곧 추위가 시작되는 겨울도 찾아올 것이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난 대단한 일을 해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다짐하지만 나는 향수에 젖어 다시 제주 백패킹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