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개혁 정책

충실한해병 2009. 8. 23. 03:34

 
제목 [창간호-유용원의 군사세계] 국방개혁과 우리 군이 가야할 길 - 유용원(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국방개혁과 우리 군이 가야할 길




“기술의 발전이 전쟁의 근본적인 본질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전투는 과학과 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다. 그것은 한 국가의 의지와 다른 국가의 의지가 대결하는 상황에서 운과 불확실함이 따르는 피튀기는 싸움이다. 이런 전투에서 상대방보다 더 많이 타격을 가하고 더 잘 견디는 자가 승리하게 될것이다.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방식은 여러 세기 동안 변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상하고 예측할 수없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막스 부트는 군사혁신 문제를 다룬 역저 <Made In War> 결론 부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1830년대 영국의 어느 장교가“어떤 분야도 군대만큼 혁신을 두려워하는 곳은 없다.”고 언급한 것처럼 군은 기본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집단이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어느 나라 군대에 있어서든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화두는 군사혁신인 듯하다. 군사혁신은 기존 조직이나 문화, 풍토, 무기체계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성향을 띤 군은 다른 조직에 비해 혁신에 대해 더 소극적이고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기병 돌격 훈련을 받은 장교들은 초기에 전차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전함위주로 작전을 수행하던 해군은 항공모함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초강대국 가운데서도 중요한 군사혁명이나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몽고는 화약혁명을 놓쳤고, 중국과 터키, 인도는 산업혁명을 놓쳤다. 프랑스와 영국은 제2산업혁명의 많은 부분을 놓쳤고, 구 소련은 정보혁명을 놓쳤다. 반면 변화를 빨리 받아들인 나라의 군대는 승리를 얻고 강국으로 부상하곤 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급속한 변화가 실패를 불러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 1930년대 미 육군 항공대와 영국 공군은 전투기 호위를 받지 않는 폭격기들이 미래 전쟁에도 승리할 수 있다고 과신한 결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수많은 조종사를 포함해 엄청난 손실을 입어야 했다. 이런 현상은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의 전투수행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미군이 초보적인 무기를 활용하는 소규모의 반군 저항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제 군사혁신은 우리 한국군에 있어서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형 군사혁신 개념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국방개혁 2020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국방개혁 2020은 병력 위주의‘후진국형 군대’에서 무기체계 중심의‘선진국형 군대’로 탈바꿈함으로써 작지만 강한 군대로 만든다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68만여 명의 병력을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이는 대신 군 구조 및 부대구조를 개편하고 첨단무기를 다수 확보하는 것이다. 병력감축의 주 대상은 54만여 명에서 37만여 명으로 17만여 명이 감축되는 육군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실시 및 핵보유 확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와병설 이후 증대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조기 발생 가능성 등 새로운 중대 안보환경 변수 때문에 병력감축 문제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과 국회 동북아평화안보포럼이 공동주최한 ‘건군 60년, 21세기 국방과제와 전망’ 세미나에서도 10여 년간 국방부의 핵심정책업무를 수행했던 전직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국방개혁 2020은 그 전제조건이 모두 바뀌었거나 잘못 설정됐기때문에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장했다.

홍규덕(숙명여대) 교수도 이 세미나에서 국방개혁 2020은 지상군 병력감축이 국방력 건설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해 설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특히 이라크전의 교훈과 북한의 내부붕괴 가능성,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고려할 때 지상군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개혁 2020과 관련한 또 다른 중요 변수는 예산문제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계획에는 2020년까지 총 621조 원의 국방비를 확보하되, 2011년까지 매년 9.9%의 국방비를 증액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획득 목표는 초기 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체중만 줄인다고 해서 국방개혁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없다. 우리 군의 일각에서는 예산규모나 운용 시스템 등을 감안해 볼때 적정체중은 50㎏ 정도인데 20㎏ 가량의 과다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우리 군과, 군에 몸담고 있는 직업군인들이 그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온 사실이다. 그
러나‘체중 감량’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적정예산 확보와 조기전역 직업군인에 대한 직업 안정성 보장등이 일련의 조치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에 과감히 현실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예산, 직업 안정성 보장 등 기본적인 고려요소를 충족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예상되는 북한의 급변사태와 북한의 핵보유 등 안보변수들도 함께 심각하게 고려해 국방개혁 2020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군이 21세기형 첨단 정예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형전력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서고금의 전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군인은 어머니와 국기(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매일 함께 전투하는 사람, 즉 전우를 위해 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무리 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라 할지라도 전투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병 개개인의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뒷받침되어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지휘관을 중심으로 한 굳은 단결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필승의 의지이다. 또한 지휘관(자)의 리더십도 매우 중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4년 미군 당국이 역전의 미군 보병용사 600명을 대상으로 ‘격렬한 전투 때 어떤 장교가 가장 여러분에게 신뢰감을 줬는가?’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 결과 ‘위험 속에서도 용감하고 침착하게 모범을 보인 장교’라고 답한 사람이 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용기를 북돋워 주고 대화를 유도한 장교’가 26%, ‘병사들의 복지와 안전에 관심을 보여준 장교’가 23%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리더십이 전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처럼 무형전력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국방개혁 2020에서는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정신전력 육성을 담당하던 국방교육원도 해체시켜 버렸다. 그 이후 우리 군은 정신전력을 종합육성하는 교육기관 하나 변변하게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군 수뇌부의 무형전력 육성에 관한 의지와 관심의 문제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최근 정신전력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방행동과학연구소(가칭)’설립을 추진했으나 이나마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국방개혁 2020의 보완에는 지금까지 설명한 사안들이 모두 반영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병력 몇 만 명을 줄이고 장비를 첨단화한다는 기본 명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우리 군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 정예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요소들을 검토하고 발전방향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의 변화와 발전이 서로 승수효과를 거두며 상호작용을 유도함으로써 우리 군이‘21세기형 선진 강군’,‘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강한 전사’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글_유용원(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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