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산천

거친 호흡 몰아쉬며 바람 저편 굽이치는 산맥 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

누구든 떠나갈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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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등산여행

2014. 11. 20.

누구든 떠나갈 때는  [ 2014 · 11· 20 · 맑음]

 

11월 하순 이제 가을은 저만치 물러 앉았다

그렇게 황홀하게 붉게 물들었던 나뭇잎도 다 떨치고 석양의 장려한 노을과 함께 서서히 가을이 지고있다. 

가을이... 

 

▲  아!  저빛 눈부셔 /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2014 한국의산천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 혜 원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어 쉬기까지

 

오랜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성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노을

                      - 조병화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Evening bells


Evening bells, evening bells,

How many a story you've got to tell

of youth and home and that sweet time.

When last I heard your soothing chime.

 

Those lovely days they are past away,

And many a heart that then was gay

Within the tomb now darkly dwells,

And no more to hear evening bells.

 

And so it will be when i am gone,

That tuneful sound will still ring on

While other bards will walk with these bells.

And sing your praise sweet evening bells.

 

Evening bells, evening bells,

How many a story you've got to tell

Of youth and home and that sweet time,

When last I heard your soothing chime.

 

 

저녁 종소리, 저녁 종소리,

너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구나.

젊은 시절, 집, 그리고 그 아름답던 시절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너의 평화로운 종소리를 들었을 때.

 

종소리들이 사라진 그 아름다운 지난날들

많은 기억을 해 보면 그때는 즐거웠지.

지금은 죽어서 어둠 속에서 살기에,

더 이상 저녁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네.

 

그리고 내가 죽어 없어져도 그렇게 될 것이지만,

그 아름다운 선율의 종소리는 여전히 울릴 것이니

여느 음유 시인들이 이 종소리와 함께 산책할 때에도,

네가 들려주는 찬양의 노래, 아름다운 저녁 종소리를 울려주려무나.

 

저녁 종소리, 저녁 종소리,

너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구나.

젊은 시절, 집, 그리고 그 아름답던 시절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너의 평화로운 종소리를 들었을 때.

 

 

지는 해
                   - 한 용 운

지는 해는
성공한 영웅의 말로(末路) 같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창창한 남은 빛이
높은 산과 먼 강을 비치어서
현란한 최후를 장식하더니
홀연히 엷은 구름의 붉은 소매로
뚜렷한 얼굴을 슬쩍 가리며
결별의 미소를 띄운다

 

큰 강의 급한 물결은 만가(輓歌)를 부르고
뭇 산의 비낀 그림자는 임종의 역사를 쓴다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노을을 보며 살아온 날을 되돌아 보았다

잘한일보다는 못한일이 더 많았고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회한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망각이라는것도 때론 필요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