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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할 노년의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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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25.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31] 권장할 노년의 사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입력 2018.12.25 03:09


키케로 '노년에 관하여'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로마 공화정 시대의 탁월한 정치가이며 웅변가, 사상가였던 키케로는

저서 '노년에 대하여'에서

"나이를 먹어서 누릴 수 없게 되는 즐거움은

더 고차적이고 세련된 즐거움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자는 섭공(葉公)이 제자 자로에게 공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자로가 대답을 안 했다는 말을 듣고

"너는 왜 내가 배우기를 좋아해서 공부에 몰두하면 먹는 것도 잊으며

도[道]를 깨닫게 되면 즐거워서 근심조차 잊어버려 늙어가는 줄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나무랐다(논어 술이편 18장).


  올해 85세인 전상범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에 생애 40번째 저서 '주석과 함께 읽는 햄릿'을 출간했다.

요즘은 대부분 대학 영문과에서 셰익스피어가 필수 이수 과목이 아니라서 셰익스피어와 일면식도 없이 영문학사,

석사가 되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 애석해서 누구나 셰익스피어를 쉽게 접하고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길잡이를 펴낸 것이다.


   전 교수는 집필에 앞서, 자신이 고령으로 체력도 쇠퇴했고 얼마간 지병도 있는 터라서, 작업 속도를 정했다고 한다.

선정한 텍스트의 한 페이지씩만 매일 작업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매일 오전, 주석서 열 권과 번역서 여섯 권을 펼쳐 놓고 그날분 페이지에서 세월과 함께

의미가 달라진 단어, 변한 문장의 구조, 셰익스피어의 특이한 어휘 구사, 신조어, 합성어, 언어유희,

역사적 또는 당대 사건에 대한 암시 등에 관한 제일 타당하고 우수한 주석(註釋)을 고르는 데

대개 2~3시간씩 걸렸고, 정확히 206일 만에 206페이지의 텍스트에 대한 주석 작업을 끝냈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고령화 시대가 되어 노년의 권태와 우울이 국가적 문제인데,

사실 오늘날 중년 이상 세대는 대부분 '생업'에 목을 매 취미나 적성을 희생하고 살았다.

'밥값'을 대강 했으면 이제부터 늘 하고 싶었던 것을 해봐도 되지 않겠는가?


   어떤 지인은 취미로 그림을 그려서 개인전도 열고, 어떤 지인은 잊힌 유행가 가사를 수집하기도 하고

내 고장이 낳은 인물을 탐구하기도 하면서 만년(晩年)의 사치를 톡톡히 누린다.


   무엇이라도 내게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을 한 가지 절도 있게 꾸준히 하면

오늘이 소중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생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면 나라의 품격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2018년 12월 24~25일 사진 일기

아내와 손자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25일은 천천히 드라이브 그리고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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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들 후리스와 아내의 다운 조끼 구입








여유당(與猶堂) - 정약용

여유(與猶)’는 노자(老子)의 ‘도덕경’ 15장에서 따온 말이다.

“겨울 내를 건너는 것처럼 조심하고(與), 사방 이웃을 두려워하듯 경계하라(猶)(與兮若冬涉川 여혜약동섭천, 猶兮若畏四鄰 유혜약외사린).”






겨울이다

인생이란

살얼음판을 건너듯, 이웃을 두려워하면서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살아가야 한다.


잠시 다산 정약용 선생과 여유당을 떠올린다  


1800년 6월 28일 유시(오후 5~7시)에 정조대왕이 창경궁의 영춘헌에서 승하하였다. 정조실록 내용이다.

정조의 승하 이후 정적들의 비방은 날이 갈수록 더욱 격렬해져만 갔다.  

또한 정조의 총애를 받고 관료로서 승승장구하던 정약용의 인생에도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그해 겨울 정조의 졸곡제를 마치고 고향에 낙향한 정약용 선생은 생가에 ‘여유당(與猶堂)’이라는 당호(堂號)를 걸었다.


그 이유를 ‘여유당기’에 노자(老子) 제15장에 나오는

‘머뭇거리기는 마치 겨울 내를 건너듯’(兮若冬涉川  여혜약섭천),

‘두리번거리기는 마치 네 이웃을 두려워하듯’(兮若畏四隣 : 유혜약외사린)이라는 대목이 정조 임금 승하 후 선생의 처지와 비슷해 당호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다.


‘여유당’, 우리에게 남긴 삶의 처방전이다.

이웃에 대한 배려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는 것은 쉽지만 사람답게 사는 것은 어렵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수양을 바탕으로 이웃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이름에 책임과 명예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 제15장


古之善爲士者  고지선위도자
微妙玄通        미묘현통
深不可識        심불가식
夫唯不可識     부유불가식
故强爲之容     고강위지용
豫焉若冬涉川  예혜약동섭천
猶兮若外四隣  유혜약외사린
儼兮其若客     엄혜기약객
渙兮若氷之將釋   환혜약빙지장석
敦兮其若樸       돈혜기약박
曠兮其若谷     광혜기약곡
混兮其若濁     혼혜기약탁
孰能濁以靜之徐淸    숙능탁이정지서청
孰能安以久動之徐生 숙능안이동지서생
保此道者不欲盈       보차도자부욕영
夫唯不盈         부유불영
故能蔽不新成   고능폐불신성


그 옛날 도를 닦은 훌륭한 선비는

미묘하고 현통하여
그 깊음을 헤아릴 수 없다
오직 헤아릴수없으니
억지로 그 모습을 그릴뿐이다
주춤 주춤하는 것이 마치 사방을 두려워하는것같고
진중한 것이 마치 손님과 같고
느슨한 것이 마치 녹아 가는 얼음과 같고
질박한 것이 통나무와 같고
텅 비어있는 것이 계곡과 같고
혼탁한 것이 흐린물과같다
누가 능히 흐리면서 고요함으로 서서히 맑아가고
누가 능히 가만히 있으면서
동함으로 서서히(만물을) 살게하는가
이 도를 지키는 자는
채우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채우지 않기에
능히 헐어 가되
새로 온전하게 하지 않는다


[출처] 노자 도덕경 제15장 

미묘하고 현통하여 그 깊음을 헤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