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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야기] 일본에 관한 인류학적 분석… '전쟁과 평화 모두 사랑하는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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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음악

2019. 9. 4.

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일본에 관한 인류학적 분석… '전쟁과 평화 모두 사랑하는 이중성'

입력 : 2019.09.04 10:01    
 
국화와 칼
 

인류학자 루스 베니딕트 


일본인은 미국이 지금까지 전력을 기울여 싸운 적 가운데 가장 낯선 적이었다.

'일본을 가장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으로 손꼽히는 '국화와 칼'의 한 구절입니다.

이 책은 사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쓰였어요. 미국 국무부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6월, 적국 일본과 일본인의 국민성을 알기 위해 인류학자 루스 베니딕트(1887~1948·작은 사진)에게 의뢰한 보고서에서 시작된 책이죠.


베니딕트는 2년여의 연구 끝에 보고서를 내놨어요. 전시라 일본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미국에 사는 일본인을 면담하고 여러 자료를 분석해 완성했습니다.


베니딕트가 보기에 일본인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는 데 신비한 기술을 가진 국민"이면서도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사람들이에요. 한마디로 전쟁과 평화를 동시에 사랑하는 이중적인 민족이었죠.


방대한 문헌을 연구한 그는 '유일신 종교가 제시하는 윤리적 절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일본인에겐 삶의 목적도 윤리도 상황에 좌우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상황 의존적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고, 반대로 굴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는 "손에는 아름다운 국화, 허리에는 차가운 칼을 찬 일본인"은 이렇게 태어났다고 적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이중성은 '국가신도(國家神道)'라 불리는 정치와 종교가 혼합된 일본 종교를 통해 드러납니다. 국가신도는 '만세일계(萬世一系)의 통치자인 일왕'을 숭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일본 정치가들은 국가신도가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종교적 영향력을 가졌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 /그림=이병익


베니딕트는 '계층적 위계질서'를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국가신도는 일본의 계층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역할을 했어요. 이를 통해 정치계, 종교계, 산업계 등에서 '알맞은 위치'를 부여받은 사람들은, 그 안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최하위 계층일지라도 하나의 체계 안에 속한 것은 안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체계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죠. 전쟁도 하나의 체계였고 그래서 일본인들은 국가가 전쟁을 시작했을 때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으며 그 체계 안에 있고자 했다는 겁니다.


책 끝에 루스 베니딕트는 '일본의 행동 동기는 기회주의적'이라며 예측을 하나 합니다. "일본은 평화로운 세계가 지속되면 평화주의에 헌신하겠지만, 세계열강이 전쟁 준비에 돌입하는 순간 무장 진영으로 조직된 세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찾을지도 모른다." 루스 베니딕트의 예언 아닌 예언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국화와 칼'이 출간 70여 년도 넘은 지금까지 읽히는 고전인 이유입니다.

 
장동석 '뉴필로소퍼' 편집장·출판평론가